언제 그랬냐는 듯이 폭염이 꺾이고 나니까 좀 당황스럽기까지 한 어제오늘이다. 아직 '인디언 섬머'가 남아 있을 테지만, 계절은 가을로 넘어가는 듯싶다. 무더위를 핑계로 이리저리 미뤄둔 일들이 집달관들처럼 대기하고 있는 터라, 가을을 맞는 기분이 편안하지는 않다. 게다가 피로감은 계절을 따로 가리지 않는 듯싶다. 주말 느지막이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무게감 있는 책들을 펴낸 역사학자 3인이다. 

 

 

먼저 자이니치(재일) 2세로 한일 현대사사상사 전공자인 윤건차 교수의 역작이 이번에 나왔다. <자이니치의 정신사>(한겨레출판, 2016). '남.북.일 세 개의 국가 사이에서'가 부제.

"자이니치 2세이자 한-일 현대사상사의 빼어난 연구자인 윤건차 일본 가나가와대학 명예교수의 온 삶을 건 역작이 번역 출간되었다. 일본 이와나미서점을 통해 2015년 9월부터 11월에 걸쳐 전 3권으로 출간된 <在日の精神史>가 한국에서는 928쪽 두꺼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이 책은 그 방대한 분량만큼 다루는 내용 역시 방대하다. "역사적인 사실을 자세히 조사하여 선행 연구에 뒤지지 않는 학술서로 만듦과 동시에, 재일조선인의 삶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고자 했다"는 저자의 집필의도에 부합하게 자이니치의 삶과 역사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소개대로 '자이니치의 삶과 역사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기대하게끔 하는 책이다. 먼저 나온 책으로는 <교착된 사상의 현대사>(창비, 2009)와 짝을 이룰 만하다. <다시 읽는 조선근대교육의 사상과 운동>(살림터, 2016)도 이번에 같이 나왔는데,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인 듯싶다. 자연스레 저자의 지적 관심사와 학문적 성취를 일별해볼 수 있다.

 

 

일본의 근세 문헌 연구자 김시덕 교수도 <일본의 대외 전쟁>(열린책들, 2016)을 펴냈다. '전쟁문헌학'을 개척하고 있는 저자(국내에는 희귀하지 않나)의 첫 관심사가 무엇이었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부제는 '16~19세기 일본 문헌에 나타난 전쟁 정당화 논리'다.

"일본 근세 문헌 연구자인 김시덕 교수의 첫 연구서로, 지난 2011년 일본에서 출간했던 <이국 정벌 전기의 세계(異征伐記の世界)>를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책으로 일본 국문학연구자료관 찬조회가 40세 미만 일본 고전 문학 연구자들에게 수여하는 '일본 고전 문학 학술상'을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수상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먼저 출간했던 <그들이 본 임진왜란>(학고재, 2012)이나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메디치미디어, 2015) 같은 저작이 말하자면 더 나중에 나온 책들인 셈. 속편격인 <전쟁의 문헌학>도 내년초에 출간될 예정이라 한다. 일본 근세(일본은 '근세'와 '근대'를 구분해서 쓰는 듯싶다)와 한일 근대사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의 이해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로마사 연구자인 차전환 교수도 새로운 책을 펴냈다. <로마 제국과 그리스 문화>(길, 2016). '헬레니즘의 수용과 변용'이 부제다. 주제는 친숙하지만, 저자는 새로운 논의를 소개한다고. "저자는 이 책에서 로마 제국에 확산된 그리스 문화를 평면적으로 고찰하는 것이 아니라 학자들의 최근 논의를 소개하면서 로마인이 헬레니즘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 헬레니즘을 어떻게 이용했으며 로마화를 통해 헬레니즘에 어떤 변용과 영향을 끼쳤는가라는 데 주안점을 두고 두 문화의 상호작용에 대해 밀도 있게 파헤쳐보고 있다."

 

지난해 말 펴낸 <고대 노예제사회>(한울, 2015)를 미처 펴보기도 전에(구입은 했다) 새책이 나와서 좀 당혹스럽긴 한데, 그렇다고 외면할 수는 없고 '로마사 컬렉션'에 한 자리를 마련해야겠다('로마사 컬렉션'부터 따로 만드는 게 먼저겠지만)...

 

16. 0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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