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서 범주에 속하는 두 권의 책을 같이 묶는다. 피터 라비노비츠와 제임스 펠란이 엮은 <서술이론1,2>(소명출판, 2015-2016)과 데이비드 크로우의 <보이는 기호학>(비즈앤비즈, 2016)이다. 전공자나 관심을 가질 법한 책들이지만, '이론서'에 대한 오랜 관심 탓에 제쳐놓지 못하겠다(심지어 <서술이론>은 작년에 원서까지 구입했다).

 

 

서술이론 혹은 서사학 분야를 그다지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문학을 전공자로서 현황에 대한 관심마저 접어둘 수는 없고, 그러한 현황 파악에 좋은 교재로 보이는 게 <서술이론>이다. 원저의 분량이 방대하다 보니 두 권으로 분권돼 번역되었다. 이번에 나온 둘째 권의 소개는 이렇다.

"2015년에 출간한 <서술이론 1>에 이은 완역판이다. 시, 소설, 드라마 등과 같은 문학일반을 포함하여 영화, 오페라, 음악, 무용, 퍼포먼스, 디지털, 법, 성서 등의 광범위한 사회, 문화 영역들을 아우르고 있다. 서술.서사 일반의 다양한 원리와 현상을 중심으로, 문학을 비롯한 문화.사회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융복합적으로 접근하는 창의적 독해들이 담겼다. 독자의 편의를 위한 어휘록은 서술론의 주요 어휘들에 관하여 각각의 논문 저자의 규정방식에 충실하게 정리, 서술하고 있다."

 

한때 관련서들이 많이 소개되면서 소설/서사 연구의 새로운 접근법으로 각광받았지만 서사학/서술이론의 유행은 한 물 지나간 걸로 보인다. 회생 가능성이 있는지는 그 근황에 해당하는 <서술이론>을 읽어봐야 하겠지만. 그래도 이 분야가 궁금한 독자라면, 제랄드 프랭스의 <서사학이란 무엇인가>(예림기획, 2015), 포터 에벗의 <서사학 강의>(문학과지성사, 2010) 등을 참고할 수 있다. 국내서로는 개정판까지 나온 박진의 <서사학과 텍스트 이론>(소명출판, 2014)이 가장 요긴한 가이드북이다.

 

 

<보이는 기호학>은 원제가 <보이는 기호들>이고 '시각기호학' 분야의 교과서 성격의 책이다. <기호학으로 읽는 시각디자인>(안그라픽스, 2006)란 제목으로 나왔었는데, 이번에 원저 3판을 새로 번역해내놓았다. '시각 예술과 기호학'이 부제.   

"기호학 용어와 이론을 시각 예술과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의 틀에서 살펴본 '보이는 기호학'은 시각 언어의 메커니즘을 탐구하면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한다. 여기에 현대 미술과 디자인 분야 최전선에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사례로 제시되어 독자들은 잘 정립된 기호학 개념과 이론들을 학습하면서, 기호와 상징에서 의미가 추출되는 과정에 관해 더욱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다."

기호학도 한때 전성기를 구가하는 듯 보였지만(누구보다도 움베르토 에코가 세계적 기호학자 아니던가) 역시나 (내가 흥미를 덜 가져서 그런지) 한 물 간 듯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판까지 나올 정도면 꽤 널리 쓰이는/읽히는 책인 듯해서 이 책에도 관심은 갖게 된다. "기호학이라는 매혹적인 주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이 완벽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라는 추천사도 붙어 있으므로, 이 분야나 주제에 관심이 있는 학부생 이상이라면 일독해봄직하다. 분량으로는 하루면 다 읽어치울 만하다(반면에 <서술이론>은 한 달은 족히 걸릴 것이다).

 

안 팔릴 게 눈에 보이는 책들이 모처럼 나왔기에 아는 척이라도 하려고 몇 마디 적었다...

 

16. 0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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