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사정상 포스팅을 뜸하게 하다 보니 계속 서재일도 쌓이고 있다. 아무리 적어도 하루에 한두 가지씩의 포스팅 거리는 생기는데, 그걸 건너뛰다 보면 일주일에 10여 개의 페이퍼가 사장되는 셈이 된다. 그러다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고. 러시아(문학) 쪽으로 한정해도 그런데, 마냥 핑계를 댈 수만은 없어서 오늘은 두 권의 소설에 대해 적는다. 알렉산드르 보그다노프의 <붉은 별>(아고라, 2016)과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아엘리타>(지만지, 2011)가 그 두 권이다. 계기는 이번주에 <붉은 별>이 번역돼 나와서다. '최초의 사회주의 공상과학 소설'로 평가되는 작품.

 

레닌과 함께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을 이끌었던 혁명가이자 과학자였던 보그다노프가 1908년에 발표한 SF소설이 국내에 처음으로 완역되었다. 화성인들에게 초대되어, 수십 년 전에 공산주의 사회가 건설된 화성을 방문하게 된 한 남자의 사랑과 갈등, 투쟁을 그리고 있다.  '최초의 사회주의 공상과학 소설'로 불리는 이 작품은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이루어지기 전에 이미 사회주의가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어떤 한계와 어려움에 부딪히게 될지를 예견했다. 또한 로켓공학의 선구자인 치올코프스키가 로켓 설계도를 발표한 것보다 7년이나 앞서 핵 광자 로켓을 이용한 우주 비행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이기도 하다.

사실 학부나 대학원에 다닐 때 이런 작품을 따로 읽은 적이 없다. 문학사 책에서만 제목을 접했었는데, 번역돼 나오니 반갑다. 안 그래도 어제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에서 자먀찐의 <우리들>(1920)을 다룬 터라 더더욱. 비록 작가 생전에는 러시아(소련)에서 출간될 수 없었던 작품이지만 <우리들>이야말로 대표적 SF소설이자 유토피아 소설(이 경우에는 안티유토피아 소설) 아닌가.

 

 

<붉은 별>의 출간으로 자연스레 떠올린 작품이 <아엘리타>(1922)인데, 사실 현재 나와 있는 번역본은 절반 분량의 발췌본이어서 번역되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읽어도 읽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얘기다(그러니 완역본이 나오길 기대한다). 어떤 작품인가.

<아엘리타>는 H. G. 웰스, J. 런던, E. 버로스로부터 O. 슈펭글러, R. 슈테이너, B. 브류소프 등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영향의 원천으로부터 차용된 조각들로 이루어진 모자이크 소설이다. 이 작품은 19세기 말에서부터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화성에 관한 일련의 소설들 가운데에서, 선행 작품인 G. 웰스의 <우주 전쟁>(1898), A. 보그다노프의 <붉은 별>(1908) 그리고 톨스토이의 동시대인인 미국 작가 E. 버로스의 <화성의 달 아래에서>(1912) 다음으로 4번째 위치를 차지한다.

 

웰스의 <우주전쟁>은 널리 알려진 작품이어서 여러 판본이 나와 있다(청소년판과 만화판까지). <붉은 별>이나 <아엘리타>가 그 계보에 속하는 작품이라고 하면 어떤 내용이고 어떤 의의가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겠다. 러시아에서 <아엘리타>는 특히 프로타자노프의 영화 버전(1924)으로 유명한데, 이 무성영화의 영어자막판은 https://www.youtube.com/watch?v=je1bIhS-7G8 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아엘리타는 화성의 여왕 이름이다.

 

 

아무려나 오랜만에 20세초 러시아문학이 번역돼 나와서 환영하는 페이퍼를 적었다. 다른 페이퍼 거리들은 다음을 기약하고 오늘은 이만...

 

16. 0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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