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전'으로 앙리 베르그손(개인적으로는 '베르그송'이란 표기를 더 선호하지만 출간된 표기를 따른다)의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아카넷, 2015)을 고른다(살펴보니 '이주의 고전'도 몇 권 밀렸다). 초역은 아니지만 아카넷의 '대우고전총서'에 들어있는 베르그손의 나머지 주저들과 '깔맞춤'하는 의미는 있다.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은 베르그손의 마지막 주저다. 베르그손은 19세기 말의 근대로부터 20세기의 탈근대로 이행하면서 새로운 사유의 물꼬를 열어놓은 위대한 철학자다. 근대적 사유가 기계적 결정론에 물든 과학적 인식과 추상적 관념의 논리에 사로잡혀 있을 때, 베르그손은 창조적인 지속과 역동적인 생성의 존재론으로, 구체적인 삶의 생동하는 실재에 대한 직관으로 사유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면서 당대 최고의 명성을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미래적 사유의 잠재적 원천으로 존중받고 있다.

<종교와 도덕의 두 원천>의 다른 번역판들도 갖고 있지만 완독하진 않았다. 이번 번역판을 '정본'으로 간주해서 일독해봐야겠다. 역자는 <물질과 기억>(아카넷, 2005)을 옮긴 박종원 박사다.

 

 

베르그손의 책들을 관심을 갖고 읽은 건 대학원 시절이니 20년쯤 전의 일이다. 아카넷판으로 나오기 이전의 번역본들로 초기 저작과 <웃음><사유와 운동> 등을 읽은 기억이 난다. <창조적 진화>까지는 가지 못했는데(당시에는 세로읽기로 나온 번역판만 있었다) 여건이 좋아진 이후에는 오히려 관심이 멀어졌다(다른 저자들에게 관심을 갖는 바람에). 마지막 주저가 새 번역판으로 나온 김에 거꾸로 읽어나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내년에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강의할 계획도 있는데, 베르그손의 저작도 같이 읽을 기회가 자연스럽게 마련되겠다. 벌써 내년의 독서와 강의 준비로 마음이 분주하다... 

 

15. 1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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