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이론분야의 책 두 권을 같이 묶는다. 영국의 비평가 테리 이글턴의 대담집 <비평가의 임무>(민음사, 2015)와 라캉주의 분석가 백상현의 <고독의 매뉴얼>(위고, 2015)이다.

 

 

먼저 이글턴 독자들에게 <비평가의 임무>는 종합선물 같은 책이다(<문학이론 입문> 이후 그의 독자로 자연스레 입문한 나 같은 경우도 '이글턴 독자'에 해당한다).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비평가 테리 이글턴과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영문학자인 매슈 보몬트가 2008년에서 2009년 사이의 9개월간 나눈 일련의 대담을 엮은 이 책은 이글턴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그가 집필한 모든 책, 그리고 가장 최근의 비평적 화두에 이르기까지 그의 전 생애를 포괄하고 있다. 초점은 비평가로서의 이글턴의 학문적 여정에 맞춰져 있는데, 근 반세기가 넘는 기간에 걸쳐 이글턴이 실존주의, 페미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등 일련의 이론적 담론들을 취하여 어떻게 마르크스주의를 심화하고 갱신하고 재정립하는지를 낱낱이 보여 준다. 끊임없이 사유하고 새로운 지적 도전들에 대응하며 계속 발전하고 변화해 가는 모범적 능력을 보여 주는 이글턴을 만날 수 있다.

'비평가의 임무'는 발터 벤야민의 유명한 에세이에서 제목을 가져왔는데, 이글턴의 벤야민론, <발터 벤야민 혹은 혁명적 비평을 향하여>(이앤비플러스, 2012)도 이 참에 다시 소환해도 좋겠다.

 

 

<고독의 매뉴얼>의 부제는 '라깡, 바디우, 일상의 윤리학'이다. 맹정현과 함께 한국프로이트라깡칼리지에서 상임교수로 활동하면서 라캉주의 전파에 힘쓰고 있는 저자의 신작이다.  

<라캉 미술관의 유령들>의 저자 백상현의 신작. 저자는 고독이라는 주제에 대한 이론적인 동시에 실천적인 글쓰기를 시도한다. 정신분석과 철학의 틀로 우리 삶의 당면한 문제, '벌거벗은 삶'에서 다른 삶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추리소설적 기법을 차용해, 라깡과 바디우의 이론적 개념을 삶의 실천과 연결시켜 급진적인 사유의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

맹정현의 <프로이트 패러다임>(위고, 2015)과 함께 한국의 정신분석 담론의 현단계를 일별하게 해줄 듯싶다...

 

15. 10. 27.

 

 

P.S. 라캉과 정신분석 독자들에겐 이번 가을에 읽을 거리가 몇 권 더 있다. 라캉의 <아버지의-이름에 대하여>와 <종교의 승리>, 그리고 브루스 핑크가 쓴 <라캉의 사랑론> 등이 출간되었기 때문이다(라캉의 책들은 영역본). 분량이 얇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번역본들이 나와도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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