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생활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 그나마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게 위안거리이긴 하지만, 예정된 일정을 대부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어서 마음이 편하진 않다. 하나라도 정상화한다는 의미로 '이주의 발견'을 고른다. 정확하게 발견감은 아니다. 이미 몇 권 소개된 일본 비평가 아즈마 히로키의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데뷔작인 만큼 '아즈마 히로키의 발견'에는 해당하는 책이(었)다. 바로 <존재론적, 우편적>(도서출판b, 2015)이다.

 

아즈마 히로키가 1998년에 간행한 처녀작, 자크 데리다에 대한 해설서의 완역본. 20대 중반에 씌어진 <존재론적, 우편적>은 출간되자마자 철학연구서로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팔리고, 산토리학예상을 수상하고 심지어는 문학상인 미시마 유키오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어떤 이는 그를 가라타니 고진의 후계자'라고 평가했고, 또 어떤 이는 일본사상계는 이 책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으로 보았다. 이렇듯 당시 일본사상계에 충격을 준 이유는 단순한 해설에 그치지 않고 20세기 후반 프랑스철학의 유행에 대한 반성과 그것의 종언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래전 다음카페 비평고원에서 아즈마 히로키의 이름이 회자될 때, <존재론적, 우편적>의 존재를 알았고, 역자에게 번역을 적극 독려한 멤버의 일원인지라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던 참이기도 했다.그래도 출간은 언제나 새로운 사실이며 반가움 또한 줄지 않는다.

 

 

'인덕후'들에게는 상식에 속하지만 아즈마 히로키는 가라타니 고진과 아사다 아키라의 계보를 잇는 비평가다(이들은 각자 자기 세대를 대표한다). 비록 고진과 견주기에는 고진이 '넘사벽'이 돼버린 감이 있지만, 이들은 '제2의 가라타니 고진'란 기대를 모았었다. 아사다 아키라의 대표작은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새길, 1995)로 번역된 <구조와 힘>이고, 들뢰즈 해설서로도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아사다 아키라는 <도주론>(민음사, 1999/2012) 이후로는 별다른 저작이 없는 듯싶다. 아무튼 그 <구조와 힘>에 견주어지는 책이 <존재론적, 우편적>이다. 이번주에 드디어, 우리에게 도착한 책이다...

 

15. 08. 26.

 

 

P.S. <존재론적, 우편적>보다 먼저, 적어도 함께 도착했으면 좋았을 책은 데리다의 <우편엽서>다. 아즈마 히로키의 발상이 근거하고 있는 책이어서다. 우리로선 <데리다 평전>(인간사랑, 2011)이나 데리다의 문학론, <문학의 행위>(문학과지성사, 2013) 등을 들러리로라도 갖다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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