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7일에 있었던 '2015 세계문학 고전학교' 카프카 편 정리기사가 올라왔다(http://ch.yes24.com/Article/View/27762). 다음주 목요일(23일) 저녁에는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밀란 쿤데라에 대한 강연으로 '쿤데라씨, 존재의 가벼움이란 무엇인가요?'가 진행된다(신청은 http://www.yes24.com/campaign/01_Book/2015/0401School.aspx?CategoryNumber=001). 아래는 카프카 강연 정리기사의 일부다. 강연을 정리한 예스24의 MD에게는 2시 퇴근이었던 카프카의 직장(노동자상해보험공사)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듯싶다. 기사 제목이 '카프카의 직장은 8시 출근, 2시 퇴근'이다...

 

 

카프카의 작품 세계 알려면 ‘아버지’라는 존재를 이해 해야

‘작가의 삶’이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느냐는 점에 대해서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삶으로 작품을 해석하는 ‘전기주의’와 작가의 생애를 작품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반전기주의’ 사이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카프카의 경우는 카프카의 생애를 아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카프카의 아버지는 유대인이었고, 자수성가한 상인이었습니다. 유대인이었다는 점이 카프카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버지는 많이 엄한 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번은 이런 경험이 있었다고 해요. 아주 어릴 때, 카프카가 목이 말라서 한밤중에 일어나 물을 달라고 칭얼거렸는데 아버지가 카프카를 집 밖 복도에 혼자 세워두는 벌을 줬다고 합니다. 아마 밤늦게까지 장사를 하고 들어와 피곤했겠죠. 이제 좀 잠이 들려나 하는 순간에 아이가 칭얼거리니 좀 짜증이 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경험이 카프카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원체험’으로 남습니다. 카프카는 좀 집요하고, 뒤끝이 있거든요? (웃음) 그래서 다 기억합니다. 훗날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에 다 써두었습니다. 카프카는 “한밤중에 물을 달라고 졸라댄다는 것이 터무니없게도 보이지만 저로서는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만한 일로 집 밖으로 내쫓겨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끔찍한 일이었다는 것, 저로서는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 지를 몰랐습니다.”라고 얘기합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카프카에게 아버지는 넘어설 수 없는 벽이 됩니다.

 

카프카는 이런 말도 한 적이 있습니다. “때때로 저는 세계지도가 펼쳐져 있고 그 위에 아버지가 사지를 쫙 뻗고 누워 계신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그러면 마치 저한테는 아버지가 가리고 계시지 않거나 아버지의 손이 미치지 않는  지역만이 저의 생활공간이 될 수 있을 것처럼 여겨져요. 그런 지역은 결코 많을 수 없으며 무엇보다 결혼은 그런 지역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그만큼 카프카에게 아버지는 절대적인 존재였고, 동시에 벗어나고 싶은 존재였습니다. 여기서 ‘카프카 문학’이 지니는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카프카는 ‘문학’을 꿈꾸면서도, 아버지가 원하는 길이 아니라는 걸 잘 압니다. 아버지는 워낙 무서운 분이니, 복종을 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문학’을 포기하지는 못합니다. ‘카프카 문학’이란 “아버지에게 인정받는 길과 자신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의 끝없는 딜레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프카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합니다. 그런데 법관이나 변호사가 될 생각은 없었어요. 문학이나 예술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카프카의 딜레마 때문입니다. 자수성가한 아버지는 카프카가 생업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길 바랍니다. 가업을 잇길 바랍니다. 카프카는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타협책이 법학이었던 것 같습니다. 카프카는 대학에 남아있을 수 있고, 아버지 생각에도 법학이면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카프카의 직장은 8시 출근, 2시 퇴근
원래 법관이 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카프카는 학업을 마친 뒤 직장을 얻습니다. 첫 직장은 보험회사였는데, 이 직장에서 카프카는 즐겁지 않았습니다. 1년여 정도 다니다 직장을 옮기는데, 두 번째 직장은 오래 다닙니다. 죽기 2년 전까지 다니고, 의외로 인정도 받습니다. 나중에는 임원급까지 올라갑니다. 요즘 나인 투 식스(9시 출근 6시 퇴근)만 잘 지켜도 좋은 직장이라는 소리를 듣잖아요? 카프카의 직장은 8시 출근 2시 퇴근이었습니다.(와- 탄성) 2시에 퇴근해 집에 오면 카프카는 바로 침대에 눕습니다. 한숨 푹 자고 밤에 일어나 글을 씁니다. 카프카 문학이 가능했던 것은 카프카의 퇴근 시간이 빨라서였습니다.(웃음)

 

(...)

 

15. 0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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