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감기 기운이 좀 있다가 떨어져 나가고 편안한 주말 오전이다(편안하다고 적으니 다시 피로가 몰려오는 듯싶지만). 어젯밤에 듣다만 동영상 강좌도 더 보고 오늘내일 해야 할 일들을, 마치 은행털이범들이 동선에 대한 계획을 짜듯이, 생각해보다가 아침에 택배로 받은 책 얘기를 잠시 적는다(오후에도 두어 개의 택배가 더 올 것이다). 필립 로스의 에세이와 함께 받은 책이 나쟈와 지젝의 감옥 서신이어서다. <동지에게 전하는 인사: 나쟈와 슬라보이가 주고받은 감옥서신>(2014). 올해 나온 지젝의 책으론 <사건>, <절대적 반동> 등에 이어서 구입한 책이다(배송된 책의 표지들은 모두 알라딘에 떠 있는 것과 다른 종류다).

 

 

'나쟈'라는 애칭으로 불린 이는 러시아의 펑크 록그릅 '푸시 라이엇'의 멤버이자 정치활동가 나쟈(나데즈다) 톨로콘니코바다. 지난 2012년 2월 대선 때 모스크바의 구세주 성당에서 반푸틴 공연을 했다가(공연 영상은 http://www.telegraph.co.uk/news/worldnews/europe/russia/9482190/The-punk-prayer-that-landed-Pussy-Riot-in-court.html) 체포돼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지난 연말에 풀려났다. <동지에게 전하는 인사>는 2012년 8월부터 2014년 3월까지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것이다. 알고 보니, 톨로콘니코바는 1989년생으로 모스크바대학 철학부 학생이었다. 일단 그녀의 근황에 대한 국내 언론의 가장 최근 보도. 

 

푸시 라이엇 단원 5명은 러시아에서 대통령 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2012년 2월 얼굴에 복면을 쓰고 요란한 의상을 입은 채 크렘린궁 인근의 '구세주 성당' 제단에 올라가 푸틴 후보의 3기 집권에 반대하는 시위성 공연을 펼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러시아 수사 당국은 문제의 단원 5명 중 등 3명을 검거해 '종교적 증오에 따른 난동' 혐의로 기소했고 이들은 1심 법원에서 각각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 범죄 가담 정도가 약한 단원 1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알료히나와 톨로콘니코바는 원심 확정 판결을 받아 교도소에서 복역해오다 지난해 12월 푸틴 대통령의 사면 조치로 풀려났다. 석방되고서도 알료히나와 톨로콘니코바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다 한 무리의 청년들로부터 화학물질 등을 이용한 공격을 받아 화상을 입고 머리를 다치는가 하면 모스크바에서 반푸틴 활동가의 투옥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했다가 일시 구금되는 등 러시아에서 여러 차례 봉변을 당했다.(연합뉴스)

나쟈와 지젝, 두 사람이 나이와 세대, 국적과 처해 있는 상황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합의하는 것은 "여전히 싸울 만한 가치가 있는 공통의 대의가 있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대의를 옹호하며'의 '푸시 라이엇'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푸틴 활동가로 고초를 겪고 있는 나쟈에게 응원을 보낸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블라디미르 푸틴이다. 하지만 펑크 록그룹의 공연까지 차단하고 반대자들을 감옥에 보내는 걸 보면 그 '영향력'은 자못 쪼잔하다... 

 

14.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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