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독자들에게 친숙한 작가들로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먼저 SF 판타지의 거장 어슐러 르 귄. '어슐러 K. 르 귄 걸작선'의 첫 두 권이 출간됐다. <어둠의 왼손>(시공사, 2014)과 <용서로 가는 네 가지 길>(시공사, 2014)이 그것인데, 목록은 6권까지 나와 있다.

 

 

<어둠의 왼손>만 하더라도 판갈이를 하면서 세번째 출간되는 것인데, '걸작선'이라는 데 의미가 있을 듯. 그렇더라도 이미 이전 번역본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이 '컬렉션'을 어찌할지 고민스럽겠다. 번역자도 바뀌고 저자의 '40주년 기념판 서문 및 작가노트'까지 추가돼 있어서 더 그렇다. 아니, 열혈독자라면 별로 고민할 것도 없겠지만.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소설로 꼽히는 <어스시 시리즈>의 작가이자 2003년 제20대 그랜드 마스터로 선정된 SF 판타지 소설계의 거목 어슐러 K. 르 귄의 대표작 <어둠의 왼손>이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시공사 르 귄 걸작선'의 첫 번째 권을 장식할 이번 판본에는 출간된 지 반세기가 다 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 책을 둘러싼 질문들에 대한 르 귄 자신의 견해를 들려주는 '40주년 기념판의 서문'과, 자칫 단순한 사고실험 혹은 공상과학소설로 잘못 이해될 수 있는 SF의 진정한 의미 그리고 SF 작가란 무엇을 추구하는가를 다룬 '1976년의 서문', 작품의 집필 과정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작가 노트와 초기 설정 자료, 게센 행성 지도 등 르 귄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만족시킬 다양한 부록들이 함께 실려 있다.

 

그리고 거의 분기에 한 권씩 책이 나오고 있는 일본의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올해 나온 책들 가운데서는 <공허한 십자가>(자음과모음, 2014)가 가장 반응이 좋은 듯싶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이자 역작이란 평. 장르소설의 경우는 대개 평판에 의지하는 게 오판을 줄일 수 있는 요령이지 않을까 한다.

 

 

끝으로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벨기에 작가 아멜리 노통브. 2012년작 <푸른 수염>(열린책들, 2014)이 번역돼 나왔다. 국내엔 거의 전작이 소개되고 있는 작가이므로 신작 출간이 더이상 뉴스는 아니다. "특유의 뛰어난 독창성과 신랄한 문체, 매년 가을이면 어김없이 신작을 내놓는 왕성한 창작력으로 수많은 독자들을 거느리고 있는 벨기에 출신의 작가"라는 게 소개 멘트니 말이다. 그녀의 독자들은 그냥 읽어주면 되겠다. <푸른 수염>이라고 예외가 아니고.

샤를 페로의 잔혹동화 <푸른 수염>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노통브 특유의 '비유하고, 상징하고, 무심한 듯 웃기기'는 작품 속 남녀 주인공(푸른 수염과 젊은 아내)이 주고받는 대사에서 빛을 발한다. 노통브는 문학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사정없이 자극하는 문장들을 천연덕스럽게 던져 대고, 소설은 내내 신 나는 박자를 이어 나간다. 그 박자를 따라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예상치 못한 결말이 독자들을 맞이한다.

14. 0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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