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기 전 막간을 이용해 기분전환용 페이퍼를 적는다. 얼마 전에 뇌과학 전공자에게서 선물로 받은 원서가 책상에 있기에 '세계의 책'으로 분류하면 좋겠다 싶어서다. 벤저민 버겐(Benjamin K. Bergen)의 <말보다 행동(Louder Than Words)>(2012)이란 책이다. 제목의 문구는 'Actions speak louder than words'에서 온 듯한데, 우리말 속담으로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뜻이라 <말보다 행동>으로 옮겼다. 부제는 '마음이 의미를 만드는 법에 관한 새로운 과학'. 

 

 

인지언어학 분야의 책으로 분류할 수 있을 듯한데, 이 분야의 대가인 조지 레이코프가 "의미의 새로운 과학에 대한 매우 아름다운 종합판"이라고 평했다. 그 '새로운 과학'의 경향과 내용이 궁금한 독자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한 책인 것(찾아보니 인지의미론에 관한 레이코프의 책들은 놀랍게도 모두 절판됐다. 더이상 읽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인지과학 분야의 책을 언급한 김에 뇌과학 신간에 대해서도 한마디. 크리스토프 코흐의 <의식>(알마, 2014)이 번역돼 나왔는데(알라딘에서는 저자 이름이 '크리스토퍼 코흐'로 오기됐다. <아날로그로 살아보기>(율리시즈, 2011) 등의 저자인 독일의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프 코흐와는 한국어로 동명이인이지만, 원 이름의 철자가 다르다), 코흐는 <의식의 탐구>(시그마프레스, 2006)란 책으로 처음 소개됐던 신경생물학자다. '의식'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개척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1956년생이니까 나이가 아주 많은 건 아니다).

 

 

<의식>(2012)은 독어판도 나와 있는 걸로 보아 이 분야에서 좋은 평판을 얻은 책으로 보인다. '현대과학의 최전선에서 탐구한 의식의 기원과 본질'이 번역본의 부제. 원저의 부제는 '한 낭만적 환원주의자의 고백'. 책소개를 보니 이런 설명이 나온다.  

신경심리학자인 마르셀 킨즈본은 코흐를 ‘낭만적 환원주의자romantic reductionist’라 불렀다.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와 수만 개의 시냅스 속에서 의식을 계량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그는 분명 ‘환원주의자’다. 그러면서도 그는 먼 우주와 인간 내면의 깊은 곳에서 세계의 의미를 포착할 수 있다는 ‘낭만적’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과학이 신과 영혼의 신비로운 가치를 걷어내고 인간을 차가운 고독으로 몰아넣으리라는 불안에 맞서, 코흐는 과학을 통해 삶의 가치를 증명하려 한다.

아무려나 2012년에 나온 책이라면 한번 읽어봄직하다. '현대과학의 최전선'이란 의미가 아직 퇴색하지 않은 시점이니까...

 

14. 09.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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