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에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3주가 넘게 계속되면서 6500여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부상당하고 1100여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80% 이상이 민간인이다. 이스라엘 정치인들은 팔레스타인인 전체를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면서 모든 팔레스타인 여성들을 죽여야 한다는 발언까지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학살이고 광기다. '21세기에도 이런 일이!'라고 하기엔 기대치가 이미 낮아져 있지만(더 나아가 인류와 인류문명에 대한 기대치도 우리는 재조정해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는 반복적으로 짚어봐야겠다. 때마침 이스라엘, 아니 예루살렘에 관한 책이 출간됐기에 눈길이 간다. 제임스 캐럴의 <예루살렘의 광기>(동녘, 2014)를 '이주의 발견'으로 꼽는다. '왜 예루살렘이 문제인가?'가 부제.

 

 

저자는 '펜타곤과 미국 패권의 비극'을 다룬 <전쟁의 집>(동녘, 2009)으로 먼저 소개된 바 있다. "핵무기를 독점하면서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기관이 된 펜타곤을 ‘전쟁의 집’이라 이름 짓고, 펜타곤의 탄생과 전쟁을 기획하고 실행한 펜타곤 사람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펜타곤과 미국의 패권주의가 세계 역사 속에서 어떤 영향력을 미쳐 왔는지 시대 순으로 세밀하게 추적한" 책이다. 이번에 나온 <예루살렘 광기>는 "예루살렘의 시작부터 오늘날 중동 지역의 종교 분쟁까지, 예루살렘의 모든 것을 방대한 자료를 통해 분석한 내용을 실었다."

 

'예루살렘에 관한 모든 것'이라고 하니까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의 <예루살렘 전기>(시공사, 2012)도 떠오른다. 말 그대로 전기이며 '축복과 저주가 동시에 존재하는 그 땅의 역사'를 통째로 담고 있다. 96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예루살렘 땅의 모든 역사를 이야기한다. 그 땅의 장대하고 성스러운 역사를 비롯하여 그곳에 살고 배회하며 소유하려 들었던 수많은 개인과 민족의 역사를 담았다. 단순히 종교나 분쟁에만 초점을 맞춘 책이 아니며 목적론적 서술로 모든 역사가 필연적이었음을 이야기하는 책도 아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전 생애를 연대기적으로 서술함으로써 예루살렘에 대한 가장 깊고 넓은 이해를 제공한다.

 

생각이 난 김에 팔레스타인 관련서도 홍미정, 서정환의 <울지마, 팔레스타인>(시대의창, 2013),이젤딘 아부엘아시시의 <그러나 증오하지 않습니다>(낮은산, 2013), 램지 바루드의 <나의 아버지는 자유의 전사였다>(산수야, 2012) 등이 최근에 나온 책들이다.

 

 

팔레스타인의 역사에 대해서는 일란 파페의 <팔레스타인 현대사>(후마니타스, 2009)가 가장 자세하다. 원혜진의 <아! 팔레스타인1,2>(여우고개, 2013)은 '만화로 보는 팔레스타인 역사'로 초등학생도 읽을 수 있다.

 

 

르포 성격의 책으론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글논그림밭, 2002)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글논그림밭, 2012), 그리고 김재명의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프로네시스, 2009) 등이 있다.

 

14. 07. 30.

 

P.S.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의 저자이기도 한 김재명 국제분쟁전문기자의 현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리포트는 프레시안의 기사(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90060)를 참조. 특히, 유엔 인권위의 진상조사단 구성 결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가 눈길을 끈다...

안타까운 일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인 한국이 또다시 기권을 했다는 사실이다. 한국 정부는 표결에 앞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된 무고한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으나 막상 표결에서는 기권표를 던졌다.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책임을 말해온 정부가 정작 지구촌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스라엘의 반인륜적 범죄를 조사하자는 움직임에 나 몰라라 외면하는 모습이다.

친이스라엘 일방주의 대외정책을 펴는 미국이 반대표를 던진 것도 문제이지만, 박근혜 정부의 한국이 기권표를 던진 것은 더욱 한심스럽다고 여겨진다. 2년 임기(2013-4년)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이자, 유엔인권위 이사국으로서의 책무를 포기한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입만 열면 말해온 북한 인권 비판의 잣대로 봐도 기권은 민망하고 부끄러운 모습이다. 그야말로 이중잣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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