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도 중순이 지났지만 늦게나마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당초 월드컵이 끝나면 포스팅하려고 했지만, 그러고도 짬을 내기 어려웠다. 아무튼 방학과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있는지라 짧은 기간이라도 몇 권 정도는 챙겨볼 수 있으리라.

 

 

 

1. 문학예술

 

예술분야의 책으론 전문 인터뷰어 안희경의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아트북스, 2014)가 추천도서다. "‘세상의 안부를 묻는 거장 8인과의 대화’를 부제로 한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는 제목 그대로다. 지금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며 작업하고 있는 예술가 8인과의 대화 기록이면서 그들의 작업에 대한 생생한 현장 보고이고, 다시 그들의 작품이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바에 대한 성찰이다." 표제가 된 건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퍼포먼스 작품인데, 이런 내용이다.  

 

2010년 뉴욕의 미술관에서 진행된 이 퍼포먼스에서 마리나는 3개월간 매일 미술관이 열리는 아침 10시부터 문이 닫히는 오후 5시까지 아트리움에 앉아 있었다. 이 일곱 시간 동안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화장실에도 가지 않았다. 관객은 맞은 편 빈 의자에 한명씩 돌아가면서 앉고 싶은 만큼 앉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석 달, 736시간 동안 이어진 이 퍼포먼스에 매일 7,000여 명씩 몰려들었다. 5분, 또는 다섯 시간이나 일곱 시간 동안 예술가와 마주앉아서 관객들은 어떤 경험을 하게 됐을까. 마리나는 자신이 그들의 의식을 비춰주는 거울을 자임했다. 관객은 그 거울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고통을 반추하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 고통을 함께 느끼며 앉아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전합니다. 이것이 제가 하려던 모든 것이었어요.”라고 마리나는 말한다. 책은 바로 그런 예술가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문학분야의 책으론 중견작가 성석제의 <투명인간>(창비, 2014)과 이승우의 <신중한 사람>(문학과지성사, 2014)를 고른다. 그리고 계절이 계절인 만큼 장르소설도 무시할 수 없겠는데, '세이초 월드' 시리즈로 계속 나오고 있는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선 가운데 <구형의 황야>(북스피어, 2014), 그리고 그의 에세이집 <검은 수첩>(북스피어, 2014)을 고른다. 특히 에세이집에는 " 세이초의 창작노트 속에 담긴 작품 창조의 뒷이야기와 조사와 취재의 중요성, 왜 추리소설을 읽는 여성독자가 늘었을까, 자신이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유, 현대의 범죄에 대한 고찰, 스릴러 영화를 만들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 추리소설이 문학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논쟁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하므로 세이초 월드의 내부 제보자 격이라고 할까.

 

 

 

2. 인문학

 

인문학 분야에선 김영수의 <명성황후 최후의 날>(말글빛냄, 2014)과 로제 폴 드루아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64가지 철학 체험>(이숲, 2014)이 추천도서다. 휴가지에서 너무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철학적 성찰로는 로버트 노직의 <무엇이 가치있는 삶인가>(김영사, 2014)도 유력해 보인다.

 

 

여행가방에 넣을 만한 책은 아니지만 '방콕 여행자'라면 조선사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민음 한국사' 조선사 편이 17세기까지 출간됐다. 18, 19세기를 남겨놓고 있지만 중간 점검 정도는 되겠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분야에선 베른하르트 부앱의 <왜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가>(뜨인돌, 2014)와 이신영의 <콘트래리언>(진성북스, 2014)이 추천도서다. 기업 경영 스토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이미 챙겨보았을 듯하지만) 논픽션 미디어 그룹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즈' 창업자 존 헨드릭스의 자서전 <디스커버리>(레디셋고, 2014)를 손에 들어봐도 좋겠다.

 

 

 

교육학 분야의 책으론 소스타인 베블런의 <미국의 고등교육>(길, 2014), 하워드 가드너의 <앱 제너레이션>(와이즈베리, 2014), 그리고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쇠이유, 문턱이라는 이름의 기적>(효형출판, 2014) 등이 독서목록에 올려놓을 만한 책들이다. 특히 <나는 걷는다>의 저자 올리비에가 쓴 <쇠이유>는 걷기로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흥미로운 제안을 담고 있다. 소개는 이렇다.

<나는 걷는다>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도보여행자로 손꼽히는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그 주인공이다. 은퇴 후 콤포스텔라 길을 걸으며 절망의 나락에서 벗어난 그는 청소년 교화 단체 ‘쇠이유(Seuil)’를 설립한다. 세 달 동안 성인 동행자와 외국에서 2,000킬로미터를 함께 걷는 쇠이유의 혁신적인 교육법에 대해 행정기관과 교육 전문가들은 냉소를 보냈다. 그러나 소년원 외엔 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무능한 세상에 지친 아이들은 마지막 출구로 쇠이유를 찾는다. 아이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어른들의 노력과 사회의 문턱을 넘으려는 아이들의 의지가 쇠이유라는 기적을 14년째 이끌어오고 있다. 아이와 동행자의 생생한 증언과 각계 전문가의 설득력 있는 분석이 담긴 이 책은 ‘앞으로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교사와 교육 행정가들이 필독해볼 만하다.

 

 

 

4. 자연과학

 

자연과학 분야의 추천도서는 샘 킨의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해나무, 2014)다. <사라진 스푼>(해나무, 2011)에 이어서 과학저술가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저자의 필력이 감정이다.

 

 

분야별로 한권씩 더 얹자면, 이명현의 <이명현의 별 헤는 밤>(동아시아, 2014), 김병수의 <한국 생명공학 논쟁>(알렙, 2014), 그리고 스티븐 스트로가츠의 <X의 즐거움>(웅진지식하우스, 2014) 등이다. 난이도는 고등학생에서 대학생까지.  

 

 

0. 교황

 

이달에는 실용일반 분야의 추천서가 없기에 바로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로 넘어간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눈에 띌 만큼 관련서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가운데 몇권만 골라봤다. 신학자 김근수의 <교황과 나>(메디치미디어, 2014), 로사리오 카렐로의 <안녕하세요, 교황입니다>(중앙북스, 2014), 그리고 <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바다출판사, 2014) 등이다. 교황은 8월 14일 방한할 예정이다...

 

 

14. 07. 19.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메리 셸리의 <최후의 인간>(아고라, 2014)을 고른다. <프랑켄슈타인>의 저자로만 알려져 있는 셸리의 또 다른 대표작. <프랑켄슈타인>도 'B급 고전'으로 분류되는 만큼 걸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세계문학사상 최초의 종말 문학'이라는 의의는 갖는 작품이라고. "아서 C. 클라크와 스티븐 킹 등 거장들의 작품들부터 <나는 전설이다>, <눈 먼 자들의 도시>, <로드> 등 인류의 멸종과 파괴를 배경으로 하여 창작된 수많은 소설과 영화 들이 바로 이 작품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하므로 장르문학 독자라면 필독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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