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이야기. 이 책과 함께한 밤을 잊을 수 없다.” 스티븐 킹이 이런 평을 했다면 일단은 솔깃하게 되는데, 로버트 매캐먼의 <밤의 새가 말하다>(검은숲, 2013)를 두고 한 말이다. 장르문학 작가들에 익숙하지 않아서 사실 매캐먼이란 이름도 처음 듣는데, 나름 스티븐 킹만큼 유명한 작가란다.

 

로버트 매캐먼은 미국 평단에서 스티븐 킹, 딘 R. 쿤츠 같은 모던호러의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가로,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 중 절반 이상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2012년에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브램 스토커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미스터리, SF, 역사, 성장 소설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활동을 하며 탁월한 스토리텔러로 평단과 독자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가에 대한 킹의 찬탄은 그 정도에서 멈추지 않는다. 10년간 절필했다가 내놓았다는 이 작품에 대해 대놓고 말한다. "로버트 매캐먼은 최고의 작가다. 나는 그가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지만 한편으로는 소설 쓰기는 자전거 타는 법과는 달라 10년의 절필 기간 동안 쓰는 방법을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책을 펴고 20페이지를 읽는 순간, 그 생각은 까맣게 사라지고 나는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긴 겨울밤에 그렇게 빠져들 만한 소설을 손에 든다면 든든한 겨울 식량을 마련한 것처럼 부듯하리라.

 

 

그런 생각으로 마련한 건 아니지만 여하튼 지난주에 스티븐 킹의 작품집을 구입해놓기도 했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황금가지, 2010)과 <스탠 바이 미>(황금가지, 2010), 두 권으로 '스티븐 킹의 사계' 시리즈다. 장르문학을 손에 들 기회가 별로 없지만, 미국문학의 고전작가들을 읽으면서 스티븐 킹도 좀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킹의 추천으로 로버트 매캐먼에게까지 촉수를 내밀게 됐다.

 

 

 

찾아보니 매캐먼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대표작은 1987년에 발표한 <스완 송>(검은숲, 2011)이다. "'세기말 소설'의 최고작"이라는 평을 듣는 소설로 브램 스토커상 수상작이다. 번역본과 원서의 표지가 사뭇 대조적인데(원서는 장르소설 표지답다) 세기말 소설로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 스티븐 킹의 <스탠드>,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그리고 이어서 발표한 게 1991년작 <소년시대>(검은숲, 2011)다. "브램 스토커상과 월드 판타지상을 동시에 수상했고 세계 17개국 언어로 출간되었다"니 당시 장르문학을 '올킬'한 작품이라고 해도 좋겠다. 국내에도 <아무도 어른이 되지 않는다>(김영사, 1993)로 번역됐다가 절판되고(저자가 '로버트 맥커먼'으로 표기됐다) 재작년에 재번역됐다. 이런 정도의 작가나 작품이 재미없다면, 장르문학은 특별히 더 읽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곧 스티븐 킹이거나 로버트 매캐먼이거나...

 

13.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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