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 책&(413호)에 실은 '로쟈의 주제별 도서소개'를 옮겨놓는다. 이달의 주제는 '복지국가'다. '경제민주화'에 밀린 감이 있지만 '복지국가'는 이번 대선의 빼놓을 수 없는 화두 가운데 하나다. 관련서도 적잖게 나와 있으므로 한두 권 정도는 일독해봄직하다.  

 

 

 

책&(12년 12월호) 복지국가를 위해 필요한 고민

 

대선과 맞물려 복지국가가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대두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복지국가로의 방향성과 복지정책의 확충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복지국가이며 미래의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고민은 무엇인가? 2012년을 마무리하면서 복지국가를 화두로 한 책을 몇 권 순례해보기로 한다. 간단한 개념정리가 일단 도움이 되겠다. 정원오의 <복지국가>(책세상, 2010)가 용도에 맞는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국가가 주도하는 복지활동을 사회보장이라고 하며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국민의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국가를 복지국가라 한다.” 국가 형태의 발전사를 고려하면 복지국가는 원형국가에서 발전국가, 민주국가, 복지국가로 전개돼온 발전과정의 최종 형태이기도 하다. 한국현대사에 대입해보아도 얼추 들어맞는 그림이다.

 

1960-70년대 산업화 단계가 발전국가에 해당한다면, 형식적 민주주의를 쟁취한 1987년 이후의 국가는 민주국가라 이를 만하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복지국가의 문턱에 서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의 요구가 국가의 규모와 기구가 확대되고 복지 제공 기능이 국가의 중심 기능으로 정착되면서 국가의 정당화 방식이 변하게 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 혜택은 국가의 시혜가 아니라 국가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권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복지국가는 왜 필요하며 무엇이 좋은가.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대표로 ‘복지국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이상이 교수의 <복지국가가 내게 좋은 19가지>(메디치, 2012)는 그런 물음에 답하는 교과서적인 책이다. 저자는 행복의 추구가 인간의 본성이며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OECD 국가별 행복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늘 하위권을 맴돈다. 올해의 발표를 보더라도 34개국 가운데 우리보다 점수가 낮은 나라는 터키와 멕시코뿐이다. 반면에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에 랭크돼 있다. “왜 스웨덴 국민들은 행복하고 대한민국 국민은 행복하지 않은가?”란 질문이 나올 법하다. 대답은 간명하다. “스웨덴은 제대로 된 복지국가이고, 우리나라는 복지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서 저자는 신자유주의적 ‘시장만능국가’에 대한 대안으로 ‘역동적 복지국가’ 모델을 제안하는데, 보편적 복지, 적극적 복지, 공정한 경제, 혁신적 경제가 그 네 가지 원칙이다. 핵심은 이 네 원칙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통합적 구조물이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보편적 무상급식’이란 의제 이후에 이러한 복지국가 담론이 널리 확산됐지만 지난 4.11 총선 즈음에 등장한 ‘경제민주화’ 담론에 다소 가려진 감이 있다. 복지국가가 상위의 ‘국가 비전’인데 반해서 경제민주화는 ‘하위 목표’에 해당하기에 저자는 이러한 전도현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게다가 경제민주화의 다양한 쟁점을 두고도 유독 ‘재벌 지배구조 개혁’만을 거론하는 것은 경제민주화를 협소하게 제한하는 일이다. 이러한 협의의 경제민주화를 넘어서 역동적 복지국가의 건설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복지국가가 행복의 조건을 만들어내는 국가라면 그것은 동시에 우리를 불안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국가다. 어떤 불안인가. 이상이 교수가 정치사회학자 김윤태 교수와 함께 대담을 통해서 복지국가론을 정리한 <내 아이가 살아갈 행복한 사회>(한권의책, 2012)에서는 노후불안, 의료불안, 일자리불안, 보육․교육불안, 주거불안을 5대 불안으로 정의하고 이에 대한 복지국가의 해법을 제시한다. 두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복지의 확대가 경제성장을 둔화시킨다는 일부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발달된 복지제도가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가 된다는 점이다. 반면에 복지에 적게 투자하는 나라들이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으며 젊은이들의 경쟁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밖에 전공학자들의 좀더 전문적인 복지국가론에 대해서는 참여사회연구소에서 기획한 <대한민국, 복지국가의 길을 묻다>(이매진, 2012)를 참고할 수 있다.

 

 


한편 우리가 복지국가 대열에 들어서려 한다면 자연스레 성공사례에도 주목할 수밖에 없다. 특히 모범적인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국가 형성과정과 복지제도에 대해서는 여러 책들이 소개돼 있는데, 그중 스웨덴에 대해서는 신필균의 <복지국가 스웨덴>(후마니타스, 2011)이 기본서이다. 스웨덴 사회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를 짚어준다. 아울러 박선민의 <스웨덴을 가다>(후마니타스, 2012)에는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며 복지정책 입안에 애써온 저자가 열흘간의 스웨덴 연수를 통해서 얻은 경험과 교훈이 생생한 현장감과 함께 기술돼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거의 모든 것이 무상으로 제공된다는 ‘복지 천국’에서도 공중화장실은 유료라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는다. 노르웨이의 복지전문가 아스비에른 발의 <지금 복지국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부글북스, 2012)도 복지국가의 현황과 복지정책의 딜레마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애초의 복지국가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체결된 새로운 사회협정 혹은 계급타협의 산물이며, 복지국가 발전에 동유럽과 서유럽 사이의 냉전과 체제 경쟁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지적은 음미해볼 만하다.

 

12.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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