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배송받은 책의 하나는 김윤식 교수의 <임화와 신남철>(역락, 2012)이다. '경성제대와 신문학사의 관련양상'이 부제. 임화의 문제작 '신문학사의 방법'을 신남철로 대표되는 경성제대 아카데미즘에 대한 대응으로 보려는 시도이다. 저자는 서론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끝으로 필자는 졸저 <한국 근대사상사 연구(1)>(일지사, 1984)과 <최재서의 '국민문학'과 사토 기요시 교수>(역락, 2009) 등의 저서를 이 자리에 적어두고 싶다. 전자는 도남 조윤제와 최재서, 후자는 최재서와 사토 기요시 교수의 관련성을 다룬 것이지만 경성제대 법문학부를 그 중심에 둔 것이엇다. 이로써 경성제국대학에 대한 세 번째 시도가 가까스로 이루어진 셈이다. 

저자가 잠시 책 제목을 착각했는데, 도남과 최재서를 다룬 책은 <한국 근대문학사상 연구1>(일지사, 1984)이다. <한국 근대사상사 연구>라고 기억한 것은 짐작에 <한국 근대문학 사상사>(한길사, 1984)와 혼동한 결과이지 않나 싶다. 거기에 '문학'이 빠진 것은 저자의 관심이 '근대문학'에서 '근대사상'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과 (무의식적인) 연관이 있을 듯싶다. 저자의 착각이야 그럴 수 있다 쳐도 편집자가 확인하지 않은 것은 불찰이다. 서론이 작년 1월 24일에 쓰인 걸로 돼 있으니 출간까지는 1년 남짓의 시간이 걸린 것인데 말이다.

 

아무튼 이 '경성제대' 시리즈의 전작에 해당하는 <최재서의 '국민문학'과 사토 기요시>를 진작에 구해놓은 터라, 그리고 <한국 근대문학사상 연구1>는 아주 오래전, 학부 때 읽은 터라 신작도 바로 구입했다. 최근 나온 책으로 신남철과 마찬가지로 경성제대 철학과 졸업자인 박치우의 삶과 철학사상을 다룬 위상복의 <불화 그리고 불온한 시대의 철학>(길, 2012)까지 독서목록에 올려놓는다면, 얼추 한 시대의 정신사를 그려볼 수 있겠다. 박치우는 신남철의 2년 후배다.   

 

 

 

신남철의 책으론 <역사철학>(민속원, 2009; 이제이북스, 2010)이 두 차례 출간됐고, 박치우의 저작은 <사상과 현실>(인하대출판부, 2010)이란 제목으로 전집이 나와 있다. 신남철의 졸업논문은 '브렌타노의 표현적 대상과 의심의 관계에 대하여>이고, 박치우의 졸업논문은 '니콜라이 하르트만의 존재론에 대하여'이다(박종홍은 하이데거에 대한 졸업논문을 썼다). 이에 대해서 김윤식 교수는 이렇게 평했다.

"후설이나 하르트만, 그리고 하이데거로 표상되는 이러한 독일 철학적 흐름이 경성제대 철학교수들의 성향과 무관하지 않으며 또 그것들이 새로운 철학적 흐름 곧, 위기의 철학에 닿아 있음에서 단연 시대적이라 할 것이다."(24-5쪽)   

이러한 경성제대적 분위기('현상학적 흐름') 속에 있던 두 사람은 졸업 후에 마르크스주의로 나아간다.

 

 

 

이들의 이후 사상에 대해서는 류승완의 <이념형 사회주의>(도서출판선인, 2010)에서도 조명된다. '박헌영.신남철.박치우.김태준의 사상'이 부제. 최근 들어 경성제대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고 있는 듯싶은데('뒤늦게'란 생각도 든다) <식민권력과 근대지식: 경성제국대학 연구>(서울대출판문화원, 2011)는 기초자료집 성격의 책이고, 정선이의 <경성제국대학 연구>(문음사, 2002)는 어떤 책인지 궁금하다.

 

 

 

임화에 대해선 오래전에 <임화연구>(문학사상사, 1989)를 읽은 이후로 다시 주목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됐다. 기본서는 5권짜리 '임화문학예술전집'이다.

 

 

 

 

일단 <문학의 논리>를 먼저 구했는데, <문학사>도 조만간 구비할 참이다. 이 정도 규모의 전집과 연구서들이 나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식민지 시대 '최대 비평가'란 말에 값한다...

 

 

 

12. 02. 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