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더십의 진화심리학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소식지 '책&'(399호)에 실린 '로쟈의 주제별 도서소개'를 옮겨놓는다. 이달에 다룬 주제는 리더십, 아니 팔로워십이다. 계기가 된 건 <빅맨>이었는데, 리더십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접근이 눈길을 끄는 책이다.

책S&(11년 10월호) 팔로워십의 형성

송사릿과에 속하는 열대어 거피는 번식력이 좋아서 생물학 실험에 널리 쓰이는 관상어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연구자들은 한 실험에서 수조 반대편 끝에 놓은 먹이를 향해 얼마나 빨리 나아가느냐를 기준으로 이들을 대담형과 소심형으로 나누었다. 그러고는 대담한 거피 한 마리와 소심한 거피 한 마리를 수조에 한꺼번에 넣었다. 결과는 항상 대담한 거피가 먹이 사냥에 앞장서고 소심한 거피가 그 뒤를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담한 거피와 소심한 거피 짝은 소심한 거피 두 마리나 대담한 거피 두 마리가 짝이 되었을 때보다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했다.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거피 세계에서 리더와 팔로워가 생겨나는 것은 자연스러우면서 동시에 그러한 행동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적응 행동’이라는 점이다.  

마크 판 퓌흐트와 안자나 아후자가 지은 <빅맨>(웅진지식하우스, 2011)은 리더십의 탄생과 진화를 그러한 적응 행동의 관점에서 다룬다.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생겨났고 그 토대가 인간이 진화하기 훨씬 전부터 갖춰졌다”는 생각에서 ‘진화 리더십 이론’을 제창한다. 즉 진화 과정을 통해 인간 사회에 리더와 팔로워가 자리 잡았고, 그러한 행동의 원형이 우리 두뇌에 ‘내장’되었다는 것이다. 왜 우리는 키 큰 정치인은 존중하고 키 작은 정치인은 얕보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남성 경영인은 포부가 큰 사람이라고 여기면서 여성 CEO는 폄훼하는 것일까? 저자들은 약 200만년 동안 아프리카 사바나에서의 오랜 진화 기간에 형성된 우리의 ‘원시적 뇌’가 현재의 환경과 잘 맞지 않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로 본다. 이른바 ‘부조화 가설’이다. 이러한 부조화로 인한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리더십과 팔로워십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이해는 필수적이다. 

인간은 본성상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팔로워십은 일종의 디폴트 세팅이다. 리더가 소수인 반면에 팔로워는 다수인 것은 비범한 소수를 따르는 것이 인간의 본성임을 말해준다. 물론 이런 본성이 생겨난 것은 진화적 이익 덕분이다. 팔로워십은 집단을 결속시키고, 안전을 도모하는 일이었으며 리더를 따름으로써 리더 역할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리더를 따르는 일이 유리하지만은 않다. ‘나쁜 리더’들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1965년부터 1997년까지 아프리카 자이르를 통치했던 모부투는 통치 기간 동안 대략 50억 달러에 달하는 국가 소득을 착복했다. 정치적 라이벌들은 탄압하거나 회유하고 자신에 대한 개인숭배를 강화했다. 그는 자신을 ‘초인적 인내와 불굴의 의지로 지나가는 발자취마다 불을 남기며 정복에 정복을 거듭하며 전진하는 전능한 전사’라는 의미로 ‘모부투 세세 세코 은쿠쿠 은벤두 와 자 방가’로 개명하기까지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가 이런 탐욕적이고 이기적인 리더에 맞서기 위한 전략도 진화시켜왔다는 점이다. ‘권력자에게 맞서기 위한 전략’으로 저자들은 험담과 소문, 공론, 풍자, 불복종, 그리고 암살 등을 든다. 인간의 본성이 형성된 장기간 아프리카 사바나의 수렵채집사회에서 평등주의와 민주주의는 자연스럽게 체화되었기에 부당한 통치에 대해 분노하는 성향도 우리의 진화적 본성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리더십과 팔로워십의 관계는 일방적이지 않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리더십을 강의하는 바버라 켈러먼도 팔로워십에 주목한다. <팔로워십>(더난출판, 2011)에서 저자는 비효율적이거나 비도덕적인 리더를 나쁜 리더로 규정한다. 어떤 조직이나 집단의 리더가 나쁜 리더라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바로잡는 일은 팔로워의 몫이다. 우리가 리더뿐 아니라 팔로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물어야 하는 이유이다. 팔로워의 유형을 방관자, 참여자, 운동가, 완고주의자로 구분하면서, 켈러먼은 팔로워도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공공부문에서 팔로워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저자는 미국 부시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예로 든다. 그에 대한 지지율은 아주 낮았지만 그럼에도 이라크 침략에 대한 그의 결정을 끝까지 반대한 사람은 적었다. 다른 선택이 있었을까? 돌이켜보면 2004년 대선에서 미국민은 부시 대신에 다른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을 수도 있었다. “좋은 팔로워가 되려면 능동적으로 선호하는 리더를 후원해야 하며, 동시에 능동적으로 후원하지 않는 리더와 대립해야 한다.”고 저자는 충고한다. 요컨대 좋은 리더와 나쁜 리더가 있는 것처럼 좋은 팔로워와 나쁜 팔로워가 있다. 좋은 리더를 선택하고 나쁜 리더를 제재하는 것이 좋은 팔로워의 역할이다. 팔로워의 힘을 과대평가해서도 안 되지만, 그것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것이 켈러먼의 주장이다.  

팔로워의 역할과 영향력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동양적 전통에서 팔로워십에 대해 이해를 정리해주는 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후웨이홍과 왕따하이가 공저한 <노자처럼 이끌고 공자처럼 행하라>(한스미디어, 2011)가 중국식 리더십 교본으로 소개돼 있다. 중국에서도 사회‧경제적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게 되면 팔로우십에 대해 새롭게 주목하게 될는지 모른다. 

11.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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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내 2011-10-12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이제야 시험이 끝났습니다...

로쟈 2011-10-13 22:42   좋아요 0 | URL
ㅎㅎ

2011-10-12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3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