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의 외교문서 '폭로'에 대한  미 정부의 압박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설립자 어산지는 영국에서 성폭행 런던의 독방에 갇혀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더불어 그가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도). 위키리크스라는 '국적없는 언론'의 힘을 거꾸로 보여주는 사례 같다. 주한 미대사관에서 작성한 외교문서들도 공개된 문서 리스트에 포함돼 있어서 향후 어떤 '폭발'이 가능할지 예단할 수 없다. 세계언론사의 한 획을 긋는 게 아닌가 싶다. 위키리스크의 활동을 지지하는 칼럼 두 편을 스크랩해놓는다.  

경향신문(10. 12. 11) [시론]위키리크스 사태와 언론의 자유 

지난 11월 말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가 자국 외교관들을 통해 수집한 외국 정부와 국제기구, 그리고 국제 주요 인사들에 대한 비밀스러운 정보를 담은 미국 국무부의 외교전문 25만건을 폭로해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인해 국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미국은 연일 위키리크스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면서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Julian Assange)를 1917년에 제정된 간첩법(Espionage Act)을 적용해 처벌할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서버 제공업체 서비스 중단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위키리크스에 인터넷 서버를 제공해 왔던 아마존닷컴이 서버 제공을 중단하고, 스위스의 포스트 파이낸스 은행이 어산지의 은행계좌를 차단했다. 또 그동안 위키리크스와 아무 문제없이 거래를 해왔던 마스터 카드와 비자카드 그리고 온라인 결제업체인 페이팔(PayPal) 등이 위키리크스 지지자들의 기부금 결제를 중단하는 등 위키리크스에 대한 압력이 전방위로 이루어지고 있다. 위키리크스는 아직까지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이러한 압력의 배후에 미국 정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위키리크스의 이번 외교 전문 폭로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위키리크스의 폭로를 공공의 이익을 위한 활동으로 지지하는 언론사와 국가 비밀 누설로 국가를 곤경에 빠뜨렸다고 비난하는 언론사로 양분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언론인 폭스뉴스(Fox News)는 위키리크스의 폭로는 미국의 외교활동에 큰 상처를 입히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을 떨어뜨려 미국의 역할을 약화시켰다며 맹비난했다. 반면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는 위키리크스의 외교 전문 폭로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고 미국 정부의 외교 목표들과 성공·타협·좌절 등을 그 어떤 자료보다도 잘 보여주고 있어 이번 폭로는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위키리크스의 폭로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처럼 위키리크스의 외교 전문 폭로에 대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된 가운데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바로 국가 안보와 국제사회에서 국가 위상의 중요성을 내세워 정부 기관이 행하는 언론 자유에 대한 간접적인 위협 효과(Chilling Effect)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번 외교 전문 폭로로 위키리크스는 그동안 인터넷 서버를 이용해 왔던 회사로부터 서비스 중단 통보를 받았고, 거래를 맺어왔던 은행과 기업들과도 관계를 청산해야만 했다. 이번에 위키리크스와 관계를 청산한 업체들은 공식적으로 미국 정부나 외부로부터 압력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갑작스러운 관계 청산에는 어떤 형태로든 정부 기관의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고, 이는 전형적인 권력기관의 언론에 대한 간접적인 위협효과 중 하나다.

언론에 대한 명백한 탄압행위
많은 언론사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앞으로 언론매체의 인터넷 의존도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위키리크스의 사태처럼 인터넷 서버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외부 압력에 의해 서비스를 갑자기 중단할 경우 언론사가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인터넷상에서 언론의 자유는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이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탄압 행위다.

지난 1971년 미국 연방 대법원은 내부 고발자 ‘대니얼 엘스버그(Daniel Elsberg)’의 제보를 바탕으로 베트남전 1급 비밀문서인 일명 ‘펜타곤 페이퍼(Pentagon Papers)’를 폭로한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대해 정부기관의 비리나 비행을 폭로한 행위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위키리크스가 이번에 폭로한 내용도 미국 외교관들이 비정상적인 외교활동을 통해 수집한 비밀정보들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한겨레(10. 12. 13) [김선주 칼럼] 국적없는 언론, 위키리크스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이 2010년 10대 뉴스의 두 번째로 꼽은 것은 위키리크스의 ‘거침없는 폭로’이다. 폭로라는 말이 주는 부정적인 느낌을 지우면 위키리크스는 꿈의 언론이다. 2007년 폭로전문 사이트로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 위키리크스는 2008년엔 이코노미스트가 주는 뉴미디어상을 받았고, 2009년엔 국제앰네스티로부터 미디어상을 수상했다. 위키리크스는 새로운 미디어임이 분명하고 국적 없는 세계언론이다. <뉴욕 타임스> <가디언> 등등 세계 유수의 언론은 위키리크스의 폭로 문건을 받아서 2차적으로 가공해 보도하고 있을 따름이다.

모든 저널리스트는 겉으로 드러난 것만이 아닌 진실을 정확하게 알고 거기에 의거해서 보도하고 비판하고 논평하고 싶은 꿈이 있다. 그러나 자신이 쓰는 기사가 어떤 단체가 필요에 따라 공개한 정보에 의해서만 쓰여지고 있는 것이나 아닐까라는 엄청난 의구심에 자주 휩싸인다. 돈과 권력과 기득권을 가진 집단이나 빅브러더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조금씩 흘리며, 그들은 저 높은 곳에 앉아서 기자들이 갑론을박하는 것을 보며 낄낄거리는 것이나 아닌지 항상 뒤꼭지와 발밑이 불안하고 써늘하다.

위키리크스가 아니면 교황이 추기경 시절 이슬람국가인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을 왜 반대하였는지, 미국의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이 무엇 때문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생체정보가 필요했는지, 미국 군인들이 아파치 헬기에서 어떻게 바그다드의 행인을 조준사격하면서 낄낄거렸는지 우리는 영원히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지금 성폭행 혐의로 런던의 감옥에 갇혀 있다. ‘세계 외교가의 9·11 사태’를 가져온 미국의 극비 문서 25만건 공개 뒤 인터폴은 세계 188개국에 어산지를 수배했다. 그가 어떤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특정한 집단을 파괴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세계의 빅브러더만 겨냥하고 있고 그 폭로가 어디로 향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구명을 위해 그가 어떤 권력과도 어떤 거래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고 또 그러리라 믿는다.

사르트르의 말을 빌리면 지식인이란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다. 정의와 자유, 선과 진실, 인류 보편의 가치가 유린당하면 남의 일이라도 자신의 일로 간주하고 간섭하고 투쟁하는 사람이다. 집단이기주의에 매몰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지식인의 소임이고 언론인 또한 이 범주에 속한다. 저널리즘의 역사는 정보나 사실을 감추는 특정 기관이나 단체와 싸워 정보를 찾아내 공개한 역사이고 그로 인해 역사는 올바른 방향으로 물꼬를 틀었다는 어산지의 주장은 옳다. 폭로만 하는 것은 무책임한 짓이라는 비판은 옳지 않다.

부당한 정보수집을 해 문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집단이 자국 국민이나 세계 여론을 향해 정당성과 필요성을 입증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다만 어떤 국가가 미친 짓을 저질렀다고 해서 그 나라의 국민들을 배척하지 않을 세계인의 양식이 필요할 뿐이다.

‘국경없는 의사회’나 ‘국경없는 기자들’처럼 국경없는 언론이 필요해진 세상이다. 개인은 도덕적일 수 있지만 인류 역사상 국가는 결코 도덕적인 적이 없었다. 지금처럼 글로벌한 세상에서는 그래서 국적없는 언론이, 글로벌한 세계인의 양식, 혹은 집단지성의 도덕적인 힘이 개입해야만 한다. 무한경쟁의 세계시장경제체제 속에서는 글로벌한 기준이란 강자에게는 달콤하지만 약자에겐 횡액일 뿐이다. 어떤 나라든 어떤 빅브러더이든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짓을 했을 때 그것을 저지하지는 못했더라도 사후에 압박하고 세계 혹은 해당 국가의 여론에 의해 더 좋은, 더 겸손하고 더 이상적인 정부로 갈 수 있도록 압박은 해야 한다. 위키리크스가 해놓은 국적없는 언론의 폭로는 그래서 가치가 있고 옹호되어야 한다

10. 12. 13.  

P.S. 위키리크스라는 한 가지 '대안' 이전 언론의 현실은 어떤 것이었나? '미디어 카르텔'과 '거짓말'이 판치고, '여론조작'으로 국가가 앞장서서 국민을 속이는 현실이었다. 반전을 위한 '폭로'의 행진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방통위 인사들의 행태에 대한 실명비퍈으로 눈길을 끄는 <미디어 카르텔>(마티, 2010)에 대한 리류기사는 http://news.nate.com/view/20101213n22697 참조.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꾸때리다 2010-12-13 15:16   좋아요 0 | URL
어샌지를 살해해야 한다던 새라 페일린이라는 cerebrum이 empty하신 nyun이 미국의 최고 스타덤에 있는 정치인이라지요? 그리고 그런 스타덤에 오른 큰 비결이 바로 그런 무뇌아적 발언들 덕분이고요...

로쟈 2010-12-14 16:05   좋아요 0 | URL
미국의 '힘'이죠...

노이에자이트 2010-12-16 17:32   좋아요 0 | URL
푸틴이 어샌지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더군요.글쎄...푸틴이 언론자유를 논하다니 참 이상합니다.

로쟈 2010-12-16 23:42   좋아요 0 | URL
러시아식 민주주의를 비난하던 미국식 민주주의는 뭐가 다르냐는 거겠죠. 어샌지를 비판한다면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