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쯤 완간될 예정이라는 마르크스-엥겔스전집(메가)을 소개하는 학술대회가 지난달 말 중앙대에서 열렸다고 한다. 이 전집판 출간 작업이 갖는 의의와 앞으로의 전망 등에 관한 기사들을 스크랩해놓는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정문길 교수가 오래전부터 메가에 대한 서지학적 차원의독보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니벨룽의 보물>(문학과지성사, 2008), <한국 마르스크학의 지평>(문학과지성사, 2004), <마르크스 사상형성과 초기 저작>(문학과지성사, 1994) 등이 출간된 연구성과다.     

 

교수신문(10. 07. 05) 학계 ‘마르크스·엥겔스’ 독해, 전면 재검토 필요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마르크스의 얼굴은 과연 진실일까. 1921년(*1911년) 리야자노프의 야심찬 구상에서 출발해 현재까지 100년을 이어오고 있는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arx-Engels, Gesamtausgabe: MEGA, 이하 메가)이 완간을 눈앞에 두고 이 작업을 국내에 소개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지난달 30일 중앙대에서 열렸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원장 오명석 인류학)과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원장 장상환 경제학), 중앙대 인문과학연구소(소장 김해연 영문학), 계간지 <마르크스주의 연구>(편집인 정성진 경상대 교수)가 독일 프리드리히 애버트 재단의 후원을 받아 개최한 ‘MEGA 작업의 새로운 접근과 맑스의 재해석’ 국제학술대회에는 메가 작업에 참여한 학자 롤프 헤커 독일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과학아카데미 교수, 베아트릭스 부비에 독일 칼 마르크스 하우스 트리어대 교수, 오무라 이즈미 일본 도후쿠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메가 작업은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왜곡되거나 누락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1차 자료를 모두 복원해 출판하는 작업이다. 이것은 곧 국내에 소개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텍스트 역시 전면적인 검증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번 메가 작업이 국내 마르크스 연구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아 보인다.

마르크스 이론에 대한 국내 연구자들의 새로운 해석도 이어졌다.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영상원)는 마르크스 이론 중 ‘구체’와 ‘추상’ 간의 관계에 복잡계과학을 접목하는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그람시를 통해 마르크스에게 정치란 무엇이었는지를 고찰했고, 김경수 고려대 교수(철학)는 헤겔의 자장을 벗어나 마르크스의 변증법에 대한 재조명을 촉구했으나 모두 기존의 논의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복잡계 과학’으로  마르크스 재해석
마르크스를 이 시대에 어떻게 불러낼 것인가에 대한 학자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헤겔을 통한 고전적 입장의 해석뿐 아니라 복잡계 과학을 이용해 마르크스 이론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도 있었다. 심광현 교수는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에 이미 20세기 중반에 발전된 복잡계 과학의 특징이 내재해 있다고 제시하며, 마르크스의 변증법과 21세기 새로운 과학과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을 촉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본론』이 서술한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복잡한 순환 회로를 시스템 이론으로 시각화 한다면 마르크스 사상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토론자로 나선 김세균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마르크스에 대한 현대적 해석들이 헤겔적 해석을 탈피하려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자본주의 시스템을 독해하는 마르크스주의 본래의 역할을 벗어나선 안 된다는 다소 고전적인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누리 중앙대 교수(독문학)는 “마르크스는 19세기 사상의 총아였지만 어쨌든 그의 사상은 19세기의 산물이다. 때문에 현재에 마르크스를 적용하려면 19세기의 역사적 지형 밖에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학계에 그런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가”라며 질문의 화살을 다시 학계로 돌렸다.

메가 전집의 완간은 그동안 국내 학계가 독해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텍스트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란 과제를 던졌다. 기존의 마르크스와 엥겔스 저작은 1차 자료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수한 번역본이 만들어졌다. 소련 공산당의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누락되거나 소멸된 부분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실제 『자본론』 제2, 3권의 경우 메가 작업과정에서 밝혀진 오류만 5천 개가 넘는다.

수정된 것들을 밝히는 부록이 본래 『자본론』 보다 더 두꺼울 정도다. 메가 작업 과정을 발표한 롤프 헤커 베를린-브란덴부르크 아카데미 교수는 “마르크스 사후 엥겔스가 정리한 마르크스의 기록 중 지워진 부분을 디지털 기술로 복원해 본 결과 엥겔스가 자의적으로 바꾼 것도 많았다”며 메가 전집이 나오기 전까지 마르크스의 이론은 여전히 미완성이라고 강조했다.

‘자본론’ 2·3권 오류만 5천개 넘어
국내 학계는 메가 작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토론 내내 국내 마르크스 연구의 재점검이 요청됐다. 특히 일본이 출판된 전체 메가 중 800질을 구입했다는 오무라 이즈미 일본 도후쿠대 교수의 말은 국내 학계의 마르크스 연구 현실을 환기해준다. 현재 국내 대학에 메가를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학교는 한 곳도 없다. 토론자로 나선 신광영 교수는 “마르크스를 지성사적인 의미가 아닌 교조화된 텍스트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정치적 해석이 아닌 역사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마르크스 연구는 고사 직전이란 지적이 나올 정도로 국내 학계 사정은 척박하다. 당장 메가를 번역할 독일어권 연구자조차 몇 남지 않았다. 김세균 교수의 지적처럼 자본주의 공간이 절대불변의 초역사적 공간이 아닌 게 판명된 이상 자본주의의 모순을 진단할 이론이 시급하다. 이번 메가 작업의 소개로 국내 마르크스 연구가 도약의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우주영 기자) 

  

교수신문(10. 07. 05) 대담_ 메가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롤프 헤커 교수와 강신준 동아대 교수

메가(MEGA)에 참여한 롤프 헤커(Rolf Hecker) 독일 베를린대 교수를 지난달 29일 강신준 동아대 교수(경제학)가 만나 메가 작업의 의미와 진행상황, 그리고 마르크스의 재해석 문제 등을 놓고 대담했다. 강신준 교수는 1987년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한국에 공개적으로 처음 소개한 바 있으며, 현재 길 출판사에서 마르크스의 『자본』을 완역 출간할 예정이다. 헤커 교수는 베를린 메가촉진 재단 이사장이며, 메가 연구를 주제로 하는 학술지 <마르크스 엥겔스 연구논집> 편집장을 맡고 있다.      

△국내는 정치적 상황 등으로 마르크스 연구의 토양이 부족한 상태다. 먼저 메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 작업은 1911년에 처음 발의된 후 한 세기 동안 지속되고 있는 세기적인 작업이다. 물론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전집은 메가 외에 다른 것도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메가가 갖는 중요한 특징은 문헌학적 우월성이다. 일단 메가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남긴 모든 지적 유산을 문헌적으로 완벽하게 복원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기초자료를 비롯, 그들이 제 3자와 주고받은 편지, 독서과정에서 남긴 발췌노트 역시 작업 대상이다. 게다가 이들 문헌들을 어떻게 편집했는지 소상히 제공하는 주해서를 함께 출판하고 문헌적 자료를 완벽하게 제공해 그들의 사상을 가장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려 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이데올로기적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고 이들의 지적 유산을 진정한 유산으로 남기는 성과를 가져올 것이다.”

△현재 메가 작업의 진도는?
세 번째 단계의 작업이 시작될 때 확정지은 목표는 모두 114권이었는데 현재까지 58권이 출판됐으므로 아직 작업의 진도는 상당히 남아 있는 상태다. 대개 매년 2권에서 3권이 출판되고 있는데 이 진도라면 아직도 작업이 상당 기간 계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메가 작업은 공적 예산으로 지원되며 5년 단위로 평가 받는다. 그 평과결과에 따라 재정적인 지원이 계속될지 여부가 결정 난다. 현재 작업은 2015년까지 지원이 예정돼 있고 만일 평가 결과가 좋게 나온다면 아마 계속적인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진도가 느린 부분은 제4부인데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독서를 하며 남겨둔 발췌노트의 정리부분이다. 자료가 많고 출처도 다양해 정리가 쉽지 않다.”

△메가가 기존의 다른 전집들과 갖는 차이점은 무엇인가.
기존의 모든 전집과 저작집들은 1956년에서 1968년 사이에 소련과 동독이 중심이 돼 발간한 전집(MEW)을 기초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전집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문헌적 자료들을 모두 발간하는 것이 아니라 선별적으로 발간하는 것이었고 특히 이런 선별에는 정치적 고려가 상당부분 작용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마르크스의 초기 저작에서 매우 중요한 저작인 『경제학 철학 초고』(1844)가 누락됐다. 게다가 원본의 설명을 보충해주는 주석도 매우 적고 단순한 형태로만 이뤄져서 무엇보다 문헌적 해석이 불완전했다.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하고자 노력한 것이 메가다.”

△메가 작업이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해석에 새롭게 기여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기존에 출판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작들은 문헌적인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아 집필의 연대가 불분명하고 누가 집필자인지에 대한 혼선이 많았다. 무엇보다 각 저작들 간의 관련성이 잘 알려지지 못했다. 이로 인해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사상적인 발전 흐름이 올바로 해석되지 못했다. 그동안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둘러싼 많은 논쟁들은 메가에 의한 문헌적 연구가 뒷받침되면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 게다가 마르크스가 남긴 발췌노트들의 새로운 출판은 그가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켜 나간 궤적을 명확하게 보여줌으로써 그의 지적 유산을 보다 풍부하고 정확하게 계승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하나의 예를 소개하자면 최근 발견된 발췌노트를 통해 마르크스가 지질학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도대체 사회과학에 주된 관심을 가졌던 그가 지질학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독일어권이 아닌 아시아권에 속한 일본이 메가 작업 참여한 것은 상당히 의외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문헌 연구에 대한 일본의 관심과 열정에는 상당히 놀라운 점이 있다. 일본은 1930년대 유럽 국가들이 제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으로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던 시기에 유럽에서 상당량의 마르크스와 엥겔스 문헌을 수집했다. 특히 독일 사민당이 히틀러의 탄압을 피해 망명정부를 꾸리면서 어려운 재정문제를 타개할 목적으로 마르크스 엥겔스의 유고들을 매각할 계획을 밝혔는데 이 때 일본의 오하라연구소가 여기에 관심을 가졌던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이 매각에는 스탈린의 위임을 받은 부하린이 개입해 일본과 부하린이 서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일본은 이미 20세기 초반 리야자노프가 메가 작업을 구상할 당시부터 마르크스와 엥겔스 연구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왔고 그 동안 축적한 연구 인력은 국제적인 공인을 받고 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독일에서 마르크스 강의를 신청한 수강생이 급증했을 뿐 아니라 강좌수도 늘었다고 들었다. 마르크스에 대한 새로운 관심은 어떻게 봐야 할까.
“정말 그렇다. 나 역시 마르크스의 르네상스란 말을 실감할 정도다. 2008년 이후 마르크스의 『자본』에 대한 번역출판이 급증했다. 최근 메가를 원전으로 한 번역서들만 해도 리투아니아, 타일랜드, 이란,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상당히 많은 나라들에서 번역서가 출판됐다. 한국도 비록 메가는 아니지만 최초의 독일어본이 번역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메가에 기초한 번역도 이어져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정리 우주영 기자) 

10. 07. 06.  

P.S. 독일에서도 마르크스와 <자본>에 대한 강의가 인기라는데, 강신준 교수의 <자본> 해설서 <그들의 경제, 우리들의 경제학>(길, 2010)에 대한 유료강의는 http://www.artnstudy.com/inmoonsoop/Lecture/default1007.asp?lessonidx=off_sjKang04 에서 들을 수 있다. 이번주부터 시작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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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dman 2010-07-06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 선생님께서 1월 학기에 좋은 강의 들려주셨던^^ 아트앤스터디 인문숲에서 이번 주 목요일, 강신준 교수의 <그들의 경제, 우리들의 경제학> 강좌가 개강합니다. ''경제대통령'을 뽑았는데 어째서 노동하는 다수가 더 어려움에 처해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맑스 <자본>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오프 수업 뿐 아니라 온라인 수강도 가능하니, 관심 있으신 분은 둘러봐 주세요. http://bit.ly/b6d2Ni

로쟈 2010-07-06 12:01   좋아요 0 | URL
제가 찾은 주소랑 다르네요.^^

birdman 2010-07-06 12:31   좋아요 0 | URL
앗! 위에 링크 해주신 걸 미처 못 봤어요^^; 참고로 저는 똑같은 주소를 압축(?!)한 건데요, 요즘 '140자 압박' 트위터 때문에 그런 서비스가 있더라구요 ㅎㅎ

로쟈 2010-07-06 12:32   좋아요 0 | URL
아, 링크는 댓글보고 단 거예요.^^;

말러 2010-07-15 0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자님 1911년 아닌가요? "1921년 리야자노프의 야심찬 구상에서 출발해 현재까지 100년을 이어오고 있는 마르크스-엥겔스 전집" 이렇게 적혀있네요.

로쟈 2010-07-15 07:45   좋아요 0 | URL
오타가 난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