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의 종말
러셀 자코비 지음, 강주헌 옮김 / 모색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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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역사의 종말'이란 주제와 의식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적이 있었다. 이젠 그마저 뜸해진 듯하다. 이미 일상화되어 버린 것일까? 그러던 차에 나온 <유토피아의 종말>은 우리가 이대로 주저앉기엔 뭔가 허전하지 않은가, 하고 다그치는 듯하여 반갑다. 이 반가움의 절반은 물론 부끄러움이기도 하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다문화주의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비판이다. 명망있는 지식인들이 고상한 담론들로 치장하며 다문화 사회니, 다원주의 사회니 떠들어 대지만, 현대사회가 어디 그런가, 우리 사회가 어디 그런가? 자본의 패권적인 논리만이 상업주의 언론과 문화산업과 결탁하여 온갖 호사로운 쓰레기들만은 펼쳐놓고 있는 것이 소위, 역사-이후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풍경인 듯하다. 저자는 그런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늘어놓기 보다는 지식인들의 무책임과 무기력을 질타하는 간접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이 시원한 대목이 여러 곳 있다.

한편으로 너무 소략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주제와 '적의'에 걸맞는 만만찮은 부피의 책이 씌어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번역서의 편제도 아쉬움을 남긴다. 주석과 참고문헌이 몽땅 빠져 있고, 인명 표기에서도 몇 가지 어색한 부분이 있다. 정성이 부족한 듯...

같은 저자의 <사회적 건망증>도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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