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는 이유로 그냥 지나쳤지만 지난 목요일은 찰스 다윈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뉴스를 검색해보니 "세계적으로 600여 개 기념행사가 펼쳐진 가운데 모국인 영국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개최됐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기념행사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번주에 나온(혹은 내주에 나올) <진화론의 유혹>(북스토리, 2009)은 나름대로 그를 기념할 만한 책이다. 아직 아무런 리뷰기사도 올라오지 않아서 출판사 소개를 옮기자면, "이 책은 진화론자인 윌슨 교수의 ‘모두를 위한 진화론Evolution for Everyone’이라는 강좌를 책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이 강좌는 매년 생물학은 물론 역사나 경제학, 심지어 법학이나 기계공학 같은 언뜻봐서는 진화론과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에게까지 많은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저자가 '윌슨 교수'라고 했는데, 저명한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아니라 데이비드 슬론 윌슨이고 뉴욕 주립대학교의 생물학과 인류학 교수이다. 국내에는 '진화론과 종교, 그리고 사회의 본성'을 다룬 <종교는 진화한다>(아카넷, 2004)로 이미 소개된 바 있다(나는 몇 달 전에야 책의 존재를 알았다. 이 또한 2004년 '당신이 없는 사이에' 출간된 책이었다). 이번에 나온 <모두를 위한 진화론>은 2007년에 나온 책으로 부제는 '다윈의 이론은 삶에 대한 우리의 사고를 어떻게 바꾸는가(How Darwin's Theory Can Change the Way We Think About Our Lives)'이다. 그것이 '가장 과학적으로 세상을 해석하려는 욕망'이란 국역본의 부제로 어떻게 진화한 것인지는 실물을 봐야 알 듯싶지만, 그것도 나쁘진 않다. 소개는 이렇다.   

윌슨 교수는 그동안의 많은 연구자들이 진화론을 명확히 이해하는 순간, 가장 명료한 과학적 논리체계라는 진화론의 강한 매력 때문에 진화론 또는 다윈에 쉽게 빠져들어 왔다고 말한다. 나아가 현대의 진화론자들은 다윈의 강력한 이론 덕택에 그들만의 광활한 사고의 제국을 구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차원적인 지적 논문에서 다뤄지는 인문학적 주제들을 거침없이 넘나들고 있다고 한다.(...) 진화론이 가진 이런 매력은 현대의 모든 학문과 이론 분야에 널리 퍼져 있다. 실제로 동식물은 물론 인간과 관련된 모든 연구에서 갈수록 진화론을 활용하는 일이 늘었다. 그들은 주로 우연한 기회에 진화론을 접하게 되었고 진화론이 연구를 주도하는 힘이 될 때까지 조금씩 전문지식을 구축해 나간다고 한다. 또한 그들이 쉽게 스스로를 훈련시킬 수 있었다는 사실은 진화론적 사고의 힘이 대량의 기술적 세부지식이 아니라 누구나 배울 수 있는 매우 단순한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요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많은 것을 설명해주는 능력이 진화론적 사고의 힘이라는 얘기다. 가장 단순하게 '구애' 행동에 관한 진화심리학의 설명만 살펴보아도 그렇다.  

 

이번주에 나온 잉겔로레 에버펠트의 <유혹의 역사>(미래의창, 2009)만 하더라도 인간의 구애행동과 남녀의 각기 다른 유혹의 전략에 대해 얼마나 명쾌하게 설명하는가.  

"우리 안에는 다양한 원시적 욕망이 내재되어 있고, 어떻게 보면 인류가 지금까지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은 것도 바로 그 원시적 욕망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문명이 발달되면서 원시적 욕망에 고삐를 당겨두기는 했지만 욕망의 목소리를 완전히 잠재울 수는 없었다. 다양한 원시적 욕망 중 특히 더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성욕이다. 하지만 인간이 오로지 쾌락 때문에 성관계를 맺는다는 생각은 거대한 착각이요 순진함의 발로이다. 성욕은 오히려 정반대 쪽에서 접근해야 옳다. 즉, 재미가 있어서 섹스를 즐긴다기보다는 섹스가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가 자연의 '조작'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미가 있어서 인류의 번식이 보장되기 때문에 자연이 미리 그렇게 장치를 해둔 것이다."(7쪽)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남녀 관계는 한없이 복잡하면서도 한없이 간단하다."(13쪽) 말하자면 이런 것이 진화론적 사고의 힘이다(더불어 진화론은 '꽃보다 남자'에 폭 빠져 있는 딸아이를 이해하게 해준다. '올모스트 패러다이스'라는데 어쩌겠는가).  

또 다른 윌슨, 에드워드 윌슨은 <진화론의 유혹>에 대해서 "놀랍다! 그 어떤 작가도 이렇게 난해한 주제로 이렇듯 흥미롭고 명료하게 인간, 생명체, 사회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다! 오늘을 사는 우리를 위한 책이다"라고 평했다. 이 정도면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다(특히나 초코렛보다 책을 더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09. 0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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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5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5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2-15 17:44   좋아요 0 | URL
김범 얼굴이 다른 사람처럼 나왔네요.

로쟈 2009-02-15 19:38   좋아요 0 | URL
저는 왼쪽 둘밖에 모르는데요...

노이에자이트 2009-02-15 22:28   좋아요 1 | URL
세번 째 사진입니다.김범을 검색해서 이 사진과 비교해 보세요.아무래도 이런 지식까지 다 갖추라는 부탁은 무리겠지요? 하하하...

로쟈 2009-02-15 22:32   좋아요 0 | URL
본인이 맞는 거 같은데요...

노이에자이트 2009-02-15 22:41   좋아요 0 | URL
이기우나 감우성 비슷하게 나온 것 같아요.김범은 더 이쁘장한 것 같던데...

로쟈 2009-02-15 23:40   좋아요 0 | URL
언니, 오빠들한테 너무 신경을 쓰시네요.^^

노이에자이트 2009-02-16 22:47   좋아요 0 | URL
아...이런 곱상한 청춘들이 늙어가야 한다니...세월이 잔인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