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강의를 포함해서 다섯 가지 일정이 있는 날이어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다(게다가 평소보다 1시간 먼저 일어났다). 매일 그런 건 아니어서 안도하게 되는 귀갓길이다(요즘 같으면 격주에 하루 정도). 금방 지나갔지만 긴 하루였다고 할까.

강의 때문에 줄곧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게 되는데, 오늘 줄리언 반스 강의에서는 그의 최근작 <연애의 기억>(다산책방)을 읽었다. 지난해 나온 책이니 1946년생인 반스가 72세에 발표한 소설이다. 인터뷰에서 그런 발언을 했고, 맨부커상 수상작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2011)와 연결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나이를 고려하건대 반스의 마지막 소설이 될지도 모르겠다. 강의에서 한 발언인데, 나는 그가 또 소설을 쓴다면 2008년에 세상을 떠난 아내 팻 캐바나를 위한 소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에세이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쓰기는 했지만 말이다.

<연애의 기억>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와 마찬가지로 스무 살 청춘기의 사랑을 노년의 화자가 회고하는 설정이다. 주인공 폴이 19세이고 테니스클럽의 파트너였다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수전이 48세여서 나이 차이가 얼추 30년이다(수전에게는 폴 또래의 딸도 둘이 있다). 소설에서도 언급되지만 설정상으론 플로베르의 <감정교육>(1869)에 대한 오마주로 읽을 수도 있다. 그리고 <예감>과 마찬가지로 청춘과 노년의 두 나이대만 중심이 되기에 그 사이의 시간들을 너무 쉽게 건너뛰게 되는 ‘중년 실종 소설‘이라는 점도 공통적이다.

그렇지만 소설(novel)이란 장르의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인가는 의문인데 이야기가 주인공 폴의 제한적 시각에서만 진행되기 때문이다. 원제 ‘단 하나의 이야기(The only story)‘에 기대자면 이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 ‘이야기‘에서 멈춘다고 생각한다. 수전 시점의 이야기가 누락됨으로써 이야기의 전체상이 제시되지 않는다. ‘단 하나의 이야기‘라는 제목과 발상이 이런 종류의 사랑 이야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지 의문이 들었다. ‘고작 사랑 이야기‘란 말인가, 같은.

아무튼 반스의 소설을 멏 편 읽은 김에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도 챙겨서 읽어보려고 한다. 갖고 있는 책이었는데 행방을 찾거나 다시 주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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