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현대작가 강의에서 이번주부터는 줄리언 반스를 읽는다. <플로베르의 앵무새>(1984)부터 최근작 <연애의 기억>(2018)까지인데, 이 가운데 초기작은 세번째 소설인 <플로베르의 앵무새>가 유일하다. 데뷔작이 <메트로랜드>(1980)이고 두번째 소설이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1982)이다.
부커상 최종후보에까지 올랐던 <플로베르의 앵무새>는 반스의 출세작이다. 앞선 두 권의 소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플로베르의 앵무새>에 도달했는지 들여다보게 해줄 것이다. 미래형으로 적은 건 이 책들이 절판된 상태라서다. 전체적으로 절반 가까운 책이 판권이 넘어간 탓인지 모르겠다.
별명이 ‘카멜레온‘일 정도로 반스는 매번 다른 시도를 보여주는 작가로 유명한데 그래도 사랑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 가장 많지 않나 싶다.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은 그런 맥락에서도 출발점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소장본을 찾지 못하면 중고본을 구해야 할 형편이다.
반스는 여러 차례 후보에 오르다가 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명실공히 영국 대표작가로 우뚝 서게 되지만 내게 반스는 알랭 드 보통과 비슷한 연애소설 작가였다. 사랑의 심리를 다룬 몇몇 소설이 그런 인상을 갖게 했던 것. 하기야 그맘때 반스는 ‘반즈‘라고 불렸던 것 같다. 나를 만나기 전 반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