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도서관 강의에서 춘향전을 다루고 오늘까지 관런서와 논문들을 추가로 읽었다. 국문학계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작품이라는 평판답게 연구논저가 많이 나와 있다. 한편으론 이본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100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미궁인 작품인 탓으로도 보인다. 상식선에서 보기에도 근거가 미흡하거나 편향된 주장이 많았다. 춘향전을 이해하는 데 정작 도움이 되는 논저는 희소해보인다.

가장 유감스러운 건 주요 이본들의 성립시기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점. 고소설이 유통시기와 그 과정에 대한 연구가 뒤늦게서야 이루어진 때문으로 보이는데(이윤석, 정병설 교수 등의 교양서가 나온 게 오래되지 않는다), 춘향전의 경우 세책본(남원고사가 대표적)과 경판본, 완판본, 그리고 한문본의 (선후)관계가 먼저 밝혀져야 계보와 함께 개변과정, 이본들간의 차이점이 해명될 수 있을 터이다. 
















국문학계의 고질로 보이는 건 작품의 성립연대를 빈약한 근거를 앞세워 앞으로 당기려고 하는 점(한글소설 홍길동전을 허균의 저작으로 보는 태도가 그러하다. 그런 입장이 ‘정설‘로 통하는 한 한국고소설에 대한 이해는 포기해야 한다). 춘향전의 경우에도 18세기에 살았던 유진한의 한시 ‘춘향가‘(유진한의 호가 만화당이어서 통상 ‘만화본춘향가‘로 칭한다)가 현재 가장 오래된 이본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수록하고 있는 문집 ‘만화집‘의 후대 가필 여부가 불분명하다. 이윤석 교수에 따르면 일부 내용이 19세기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마치 허균이 지었다는 홍길동전에 후대 인물 장길산이 등장하는 식이다).

게다가 유진한이 호남 여행 중 춘향가를 듣고 돌아와 이를 한시로 적었다고 전해지는데 판소리가 완창형태로 불리는 건 1960년대에 와서다(그 이전에는 한 대목씩 가창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윤석 교수의 추정은 한문본 춘향가는 주로 여성과 평민 독자를 거느린 세책본의 춘향전을 남성 양반이 읽기 위한 용도로 한문으로 옮겼으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18세기에 춘향전이 어떤 형태로 존재했는지 알 수 없다(‘원춘향전‘에 대한 무리한 가정만 있다).

춘항전의 대표 이본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현존 84장 완판본이 1900년대초 판본이라는 사실에 이르면(그리니까 19세기말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 춘향전의 주제와 그 의의를 어떻게 봐야 할지 당혹스럽게 된다. 동시에 이러한 성립시기에 대한 정확한 특정 없이 막연하게 춘항전을 고소설의 백미이자 민족문학의 고전 운운하는 것은 공허한 수작에 머문다. 가장 유명한 고전이라지만 춘향전에 대해서도 우리가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으며 어디까지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홍길동전도 그렇지만 춘향전도 현재 많은 판본이 나와있다. 그렇지만 춘향전에 대한 여러 의문을 해소시켜줄 만한 판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특이하게도 ‘한국고전문학전집‘에 아직 빠져 있는 문학동네판을 기다리게 된다. 민음사판이나 책세상판 등이 해소해주지 못한 의문을 풀어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문학동네판 홍길동전은 저자를 허균으로 하지 않았다). 한편으로 이렇게 늦어지는 건 편집위원들이 춘향전의 난점을 간파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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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민 2019-04-0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춘향전 읽고싶었는데 기다려야겠네요

로쟈 2019-04-05 08:58   좋아요 0 | URL
오래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