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학 강의에서 라오서(1899-1966)의 <마씨 부자>(1929)를 읽었다. 라오서는 1924년에 영국으로 건너가 1929년까지 런던대학 동양학부에 재직하는데 이 기간 동안 찰스 디킨스의 영향하에 장편소설 작가로 데뷔한다. 첫 장편이 <장선생의 철학>(1926)이고 <마씨 부자>도 초기작으로 그 연장선상에 놓인다.

세계문학으로서 중국문학을 다루면서 나의 관심사는 중국의 근대장편소설이 어떻게 탄생했느냐인데(루쉰에게서는 공백으로 남아있는 게 장편소설이다), 라오서의 사례는 디킨스 소설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라오서와 디킨스 소설의 비교가 관심주제(찾아보니 이에 대한 연구서가 하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라오서 평전과 함께 초기작들이 번역되어야 한다.

강의중에도 유감을 표했지만 루쉰, 바진과 함께 중국현대문학 3대 작가로 꼽히면서도 라오서의 작품은 대표작 <낙타샹즈>(1936)를 제외하면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마씨 부자> 외 대표 희곡 <찻집> 정도가 번역된 상태다. 전집이 나온 루쉰과는 비교할 수 없고 바진과 비교해서도 특이하게 보일 정도로 빈약한 수준이다. 소개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뜻인지?

사정이 어떤지 모르겠지먄 문학독자로서 나는 라오서와 디킨스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국현대소설뿐 아니라 소설사 일반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대로 <런던의 라오서>라는 영어책이 있어서 주문을 해놓긴 했는데 <마씨 부자>보다 앞서 나온 작품들이, 장편 데뷔작만이라도 소개되면 좋겠다. 중국문학 연구자나 번역자들의 관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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