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이탈리아문학기행의 3일차이자 일정의 둘째날이었다. 첫날 토리노를 다녀온 데 이어서 둘째날 일정은 밀라노 투어. 2016년 2월에 타계한 움베르토 에코의 집(그의 유명한 서재) 앞까지 가보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밀라노 대성당(두오모)을 찾고 갤러리아에서 자유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버스를 타고 3시간 남짓 이동하여 도착한 곳이 밤안개가 차오르는 베네치아. 중국식당(동방)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일과를 마무리하니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었다.

첫날과 둘째날 일정이 피로했던 탓인지 베네치아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일행은 모두 깊은 잠에 빠졌다. 8박10일간 여섯 도시를 둘러보는 여정이라, 생각하면 강행군이기도 하다. 오늘은 베네치아 관광을 마치고 저녁에 다시 라벤나로 이동한다. 1786년 가을 이탈리아여행에서 나선 괴테가 베네치아에 2주 넘게 머물렀던 것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괴테 역시 로마로 가려는 급한 마음에 피렌체는 세 시간만에 통과한다. 우리는 피렌체에 이틀 머물 예정이어서 위안을 삼는다.

밀라노에서는 오전 일정으로, 먼저 에코의 저택을 방문하고 바로 옆에 있는 스포르체스코 성으로 가서 미켈란젤로의 마지막 조각작품으로 알려진 ‘론다니니의 피에타‘를 감상했다. 바티칸의 피에타와 많이 비교되는 론다니니의 피에타는 그 ‘미완성성‘으로 여러 가지 해석을 낳는 작품이다. 나대로의 해석도 없지 않지만 로마에서 바티칸의 피에타까지 보고나서 생각을 정리하려 한다.

스포르체스코 성에서 나와 방문한 곳은 암브로시아나 미술관. 이곳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육필 스케치(여러 가지 설계도)를 가장 많이 보관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올해가 다빈치 사후 500주년이다). 다빈치의 회화 작품은 하나(카라바조의 초기작도 하나 소장하고 있다. 과일바구니를 그린 유명한 그림). 미술관 겸 도서관이어서 책을 좋아하는 여행객들은 들러볼 만한 미술관.

밀라노는 프랑스소설사뿐 아니라 근대소설사에서 발자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탕달에게 고향 같은 도시다. 밀라노 사람을 자처한 스탕달은 실제로 밀라노에 장기간 체류하기도 했다. 그의 걸작 <적과 흑>(1830)과 함께 대표작으로 꼽히는 <파르마의 수도원>(1839)이 16세기 이탈리아(밀라노와 그 주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인 것은 그런 점에서 이해가능하다. 나는 왜 16세기를 배경으로 설정했을까가 궁금했는데 이탈리아여행을 준비하면서 책들을 읽다보니 이탈리아의 16세기가 곧 프랑스의 19세기여서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발자크가 이 작품을 격찬하며 “마키아벨리가 19세기에 살았다면 썼을 법한 <군주론>과 같은 소설”이라고 평한 것이 힌트다. ‘초기 근대‘라고도 불리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근대성은 <신곡>과 <군주론>에 의해 대변된다. 그 <군주론>의 소설적 표현으로 <파르마의 수도원>을 갖다놓아야 하는 것. 따라서 <적과 흑>과 <파르마의 수도원>은 각기 다른 시대를 다룬 소설이지만 동일한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두 주인공 쥘리앙 소렐과 파브리스가 스탕달의 분신인 것도 자연스레 이해된다. 소렐과 같은 주인공이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등장하려면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스탕달이 예민한, 그리고 정확한 작가적 감각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