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멈추자 생각도 멈추었다
사납게 울부짖던 제주 겨울바람
야자수들의 뒷덜미가 서늘하겠지
너무 바짝 올려친 뒷덜미
생각의 능선에는 휘어진 나무들이
고개를 젖히며 허리를 편다
조선인 짐꾼은 200킬로그램의 짐을 지고
8킬로미터를 간다고 리플리는 적었다
믿거나말거나박물관을 세운 리플리
바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을 터
야자수들이 이주해오기 전일 테지만
휘어진 나무들은 예나 지금이나
바람이 부는 내내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바람은 어디로도 데려다주지 않았기에
그 오랜 바람에도 제주는 제 자리를 지켰을 터
바람이 멈추자 나는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