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백색을 메고 나선 길
지하철을 타고 용산으로 간다
이렇게 적으면 시도 아니라고
배변활동이 불규칙적이신 분
아랫배에 가스가 차는 분
옆에서 참견하는 광고판
아랫배에 가스가 찬 건가 생각하기 전에
이것도 각운이지 싶다
기름진 음식을 자주 드시는 분
장이 예민하여 화장실 출입이 잦으신 분
이건 나열법에 해당하지
백석 시가 그렇고 김수영 시가 그래
기본이라서 그래
화장실 출입이 잦은 건가
운동 부족으로 배변 기능이 약해지신 분
인지도 몰라 하지만 그게 중요한가
시작활동이 불규칙적이신 분
쓰려고 하면 머리에 안개가 끼는 분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메마른 시만 쓰는 분
장이 예민하여 시만 생각하면 화장실 출입하는 분
이 모든 게 운동 부족이라는 말이지
시운동이 부족한 거야
아침마다 3음보, 4음보씩 걷고
끼니 때마다 직유와 은유를 챙겼어야 해
아이러니와 역설을 연마하고
주말이면 시어를 채집하러 다녔어야지
제주 성산포에 가지 못한다면
광명 동굴에라도 내려가보든가
이제는 용산역에서 다시 기차로
무진기행에 나선다 여기까지
써도 시가 될 기미가 없으니
이 모두가 운동 부족이란 말이지
기차는 광명역을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