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문학기행을 앞두고 지난주에 국내 소개된 이탈리아문학 작가/작품들에 대해 점검을 해보고 몇 권의 책을 주문했는데, 그중 하나는 <쾌락>의 작가 가브리엘레 단눈치오(1863-1936) 평전이다. 뜻밖에도 이번에 번역본이 나왔다. 루시 휴스핼릿의 <파시즘의 서곡, 단눈치오>(글항아리). '시인, 호색한, 전쟁광'이 부제. '걸작 논픽션' 시리즈의 하나다. 



"이탈리아 파시즘을 예고한 인물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그의 이름은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쾌락>, <무고한 존재> 등 탐미주의 문학가로 저명한 그는 유럽을 핏빛으로 물들인 광포한 선동가이기도 했다. 파시즘의 서막을 연 자로서, 어린 병사들을 전쟁터로 내보내 목숨을 앗아간 장본인이고 많은 여성의 몸을 탐했거나 엄청난 빚을 진 낭비가로서 그를 비난만 한다면 세기를 뒤흔든 그의 가장 중요한 면모를 놓칠 것이다. 당대 사람들은 누구나 단눈치오에게 못마땅한 점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의 매력에 빨려들어갔다. 그는 재능이 있었고 그 재능은 아름다웠다. 단눈치오는 자신의 지성에 양분을 제공하는 무언가가 주위에 어른거리기만 하면, 그것을 창槍으로 낚아채 게걸스럽게 소화한 뒤 더 나은 표현으로 세상에 내보냈다."



이탈리아 현대사의 문제적 인물로 단눈치오의 전체상을 그려주고 있는 듯해서 기대가 된다. 세기 전환기에 활동한 단눈치오보다 한 세대 앞서 활동한 주요 작가로는 알렉산드로 만초니(1792-1873)와 조반니 베르가(1840-1922)를 들 수 있다. 만초니의 대표작 <약혼자들>이 소개되었지만 현재 품절된 상태다. 이탈리아문학 강의를 계속 보류해온 이유 가운데 하나다(19세기 문학을 제대로 다룰 수가 없어서다). 시칠리아 태생의 작가 베르가의 작품은 <말라볼리아가의 사람들>(문학동네)가 출간돼 있다. 이탈리아문학 강의를 꾸린다면 필히 다루게 될 작품이다. 


 


단눈치오와 같은 세대 작가로는 심리소설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는 이탈로 스베보(1861-1928)가 있다. 트리에스테 출신으로 제임스 조이스와도 교분을 가졌던 작가로 <제노의 의식>이 대표작이다. 그리고 그 다음 세대 작가로 네오리얼리즘의 체사레 파베세(1908-1950)로 시집과 소설이 모두 번역돼 있다.  



이후의 이탈리아 작가로는 파베세와 비슷한 연배로 20세기 이탈리아문학의 거장(이라지만 국내에서도 별로 읽히지 않는) 알베르토 모라비아(1907-1990)를 필두로 하여 프리모 레비(1919-1987),탈로 칼비노(1923-1985), 움베르토 에코(1932-2016), 안토니오 타부키(1943-2012) 등의 작가가 국내에 소개돼 있다. 여기에 '나폴리 4부작'으로 필명만 알려진 '엘레나 페란테'도 동시대 작가로 추가할 수 있겠다. 



이상이 대략적으로 가늠해본 이탈리아문학이다(번역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내년에 기회가 닿는대로 8강에서 10강 정도의 강의를 기획해보려고 하는데(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읽기 위해서다) 만초니의 <약혼자들>이 그 사이에 다시 나오면 좋겠다...


18.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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