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상 그렇듯이 책을 찾다가 예기치않은 책을 손에 든다. 만나려는 사람 대신에 길에서 마주친 엉뚱한 사람과 말문을 튼다고 할까. 모이라 데이비가 엮은 <분노와 애정>(시대의창)이 그렇게 마주친 책이다. ‘여성작가 16인의 엄마됨에 관한 이야기‘가 부제. 원저는 ‘마더 리더‘인데, 전체의 절반 가량만 옮긴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는 내년에 따로 책이 나온다고.

‘엄마됨‘이라고 옮긴 단어는 ‘motherhood‘다. 예전에 ‘모성‘이라고 주로 옮겨온 단어다. ‘모성‘에서 ‘엄마됨‘으로의 이행이 모성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반영한다. ‘자연스런 모성‘에서 ‘만들어진 모성‘으로의 변화다. 책은 도리스 레싱의 자서전 발췌로 시작하는데 눈길이 머문 건 미국의 시인 에이드리언 리치의 글이다. ‘Of Woman Born‘에서 발췌한 것인데 제목이 <더이상 어머니는 없다>라고 옮겨져 있길래 확인해보니 올해 재판본이 나왔다.

편자는 리치의 글 전체를 반복해서 읽으면서 엄마됨의 과정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리치는 자녀에게 느낀 감정을 이렇게 적었다. ˝나는 쓰라린 분노와 날카롭게 곤두선 신경, 더없는 행복에 대한 감사와 애정 사이를 죽을 듯이 오간다.˝ 같은 기획의 한국판도 충분히 나옴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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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12-25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치의 저말은 소름돋을 정도로 공감되네요.
저기에 하나 더 얹자면
‘저 둘사이를 죽을듯이 오가는것‘에
죄책감도 느꼈다는것.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닌가~

로쟈 2018-12-25 23:47   좋아요 0 | URL
네 더이상 자연스럽게 되지는 않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