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강의 일정이 마무리되어 간다. 다음 한주가 남았지만 연말 분위기에 약간이라도 휩싸이다 보면 가볍게 지나갈 것이다. 게다가 부담스러운 분량의 작품도 없다(<분노의 포도> 강의가 있지만 이미 다뤄본 작품이다). 지난 일년을 되돌아보며 감회의 시간을 가져도 될 만한 것.

지난 1월에 일본근대문학기행으로 한해를 시작하면서 도쿄와 <설국>의 무대인 에치코 유자와까지 방문했었지만 달력을 다시 봐야 할 정도로 오래전처럼 여겨진다. 그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것. 내 경우에는 너무 많은 강의와 너무 많은 책이 있었던 것.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가려면 적게 잡아도 400회 이상의 강의와 2000권 이상의 책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매달 최소 200권의 책을 나는 만져본다. 읽는 건 별개더라도).

일본에서 일본맥주를 마셔보았고(그것도 신주쿠에서) 독일에서 독일맥주를 마셔보았으니(뮌헨과 헤세의 고향 칼브에서) 그만하면 한해의 사치로는 충분했다. 4월 23일, 기억에는 세계 책의 날부터, 20년만에 다시 쓰기 시작한 시도 180편 넘게 썼으니 이쪽으로도 나는 한껏 욕심을 부렸다. 출간해야 할 책이 서평집 <책에 빠져 죽지 않기>를 제외하고 다시 또 미뤄졌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시말서를 써야 할까) 강의 일정을 고려하면 정상참작이 안되는 바도 아니다. 다만 내년에는 분발하거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저서뿐 아니라 번역서도 몇 권 밀려 있기 때문이다.

계획대로라면 내년에는 이탈리아(3월)와 영국(9월) 문학기행을 다녀와야 하고 최소 서너 권(목표는 대여섯 권)의 책과 세 권의 번역서를 내야 한다. 아마도 올해만큼 바쁜 한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새로운 강의, 새 책과 만나는 일은 여전히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 일이 더이상 의욕을 부추기지 못할 때 나는 노년에 들어서게 되리라.

해를 넘기기 전에 유발 하라리의 책들과 히틀러 평전에 대한 소개글을 써야 한다. 하라리의 책들을 다시 훑어야 하고 두꺼운 히틀러 평전들과도 씨름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새해가 쉬이 올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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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8-12-27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께서 많은 강의와 책을 다루신 덕분에 제 인문학 생활이 풍성해졌습니다. 읽는 것과는 별개로..ㅎㅎㅎ 올 한해 제겐 과분했던 좋은 강의 매우 감사드립니다.

로쟈 2018-12-29 09:49   좋아요 0 | URL
네 새해에도 달려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