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몽티를 마시며 무라카미 류를 읽는 건
미안한 일이지 자몽에게
자몽이 인질도 아니잖아
자몽을 엉덩이로 깔고 앉을 게 아니라면
자몽의 얼굴을 내리깔고 앉을 게 아니라면
그것도 보통 엉덩이가 아니지
거대한 엉덩이야 아주 거대한 엉덩이가
얼굴을 내리깔고 누를 때 나는
울지 않을 테야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아
자몽에게 무슨 잘못이 있어
잘못은 무라카미 류에게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하여간에 류는
흑인 여자의 거대한 엉덩이에 깔려 헉헉거리지
자몽티를 마시며 무라카미를 읽다니
도대체 자몽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지
류는 본래가 그런 류야
그렇게 밟혀보는 게 일이지
그에겐 거대한 엉덩이가 거대한 터널이고
아메리카야 발전소고 재판소야
어디로든 빠져나갈 수 없을 때
류는 토악질을 참으며 숨을 고르지
거대한 모든 것은 숨 쉴 틈을 주지
살아간다는 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하지만 자몽만은 안 돼
이제 자몽을 집에 보내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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