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마음가짐으로 손에 들어야 하는 책이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아요>(현대문학)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미출간 단편 18편을 묶은 책으로 영어판 자체가 작년에 나왔다. 1940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작가 사후 77년만에 햇볕을 보게 된 작품들이다.

피츠제럴드가 생전에 발표한 단편이 160여 편이고 아마도 전집에 묶여 있을 테지만 이번 작품집에 실린 18편은 전집에도 빠져 있었겠다. 사실 단편은 돈벌이로 쓴 게 많아서 통상 30여 편 가량만 의미 있는 작품으로 간주되는데(국내 출간된 선집들이 대개 그 이내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어서 중복작이 많다) 미발표작은 어디에 속하는지 궁금하다. 피츠제럴드의 모든 작품을 읽겠다는 독자에게만 어필하는 것인지, 아니면 피츠제럴드의 대표작 정도면 읽어주겠다는 독자들의 구미도 맞춰줄 수 있는지.

고전 작가라면 실패작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그런 작가가 한둘이 아니라는 데 있다. 취향껏 읽는다고 하면 속편하지만 뭔가 인식을 얻기 위해서 읽는다고 하면 범위설정이 필요하다. 어디까지 읽을 것인가라는. ‘남의 책‘이라고 하면 별 고민이 없었을 텐데 또 번역본이 나오고 나니까 과연 미발표작들도 독서 범위에 포함할 것인가 고심하게 된다. 안 그래도 피츠제럴드의 단편들을 강의에서 다루면서 절반 이상은 읽은 터인데, 그 정도로는 아직 부족하다고 추궁당하는 기분이다.

그러고 보니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아요‘라는 제목은 애정 고백 아닌가. 당신은 피츠제럴드를 사랑하는가란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판단이 어럽지는 않은 듯하다. 그의 미발표작들을 읽을 용의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하지만 또 모든 애정테스트는 우리에게 부담스럽군. 피츠제럴드를 위해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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