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정신은 존재하는가‘가 비토리오 회슬레의 <독일철학사>(에코리브르)의 부제다(회슬레는 1750년 이후에야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2015년초에 나왔지만 계속 읽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독일문학기행을 핑계로 손에 든 책이다. 핑계만은 아닌데 헤겔이 초년기에 강사생활을 했던 예나대학도 방문지에 포함돼 있어서다. 그렇지만 너무 뒤늦게 손에 든 책이어서 아마도 뮌헨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붙들고 있을 듯싶다.

현재 미국 노터데임대학에 재직중인 저자가 이탈리아 밀라노 태생이라는 건 이번에야 알았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독어로 책을 쓰지만 이탈리아사람이었던 것. 지금은 아마 미국 국적도 가지고 있고 강의도 영어로 할 것 같지만, 그래도 책은 독어로 쓴다. 아내가 한국인이어서(그러니까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철학자다) 한국어도 조금 하지 않을까 싶지만 한글책을 읽을 정도는 아닐 것이다.

회슬레의 주저로 알려진 <헤겔의 체계>가 번역되다 만 지 꽤 오래 되었다. 헤겔의 <정신현상학>이나 <대논리학> 등도 새 번역본이 안 나오고 있는데, 아마 그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둘중 하나로 보이는데 번역할 만한 역량을 갖춘 학자가 없거나(그 역량에는 열의나 사명감도 포함된다) 아니면 헤겔의 독어를 번역할 수 있는 한국어가 없거나(헤겔의 독어는 독일인들에게도 악명이 높아서 ‘독어‘로 번역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막연하게 회슬레의 책도 난삽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독일철학사>는 초심자를 염두에 둔 덕분인지 잘 읽히는 편이다(나이가 들면서 읽을 수 있는 책과 없는 책의 경계가 더 분명해지고 있다. 이제 어떤 책들은 읽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반면에 요령부득이라고 생각되는 책들도 자주 만난다. 독해가 어려운 책뿐 아니라 의미나 의의를 가늠할 수 없는 책들도 난해한 책들이다). 책은 영어판으로도 나왔는데 제목이 <간략한 독일철학사>다. 이 또한 구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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