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 책이사를 해야 한다고 적었는데 어제(금요일) 책장 15개를 새로 들여와서 대략 2천권을 꽂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식탁과 그 주변에 쌓여 있던 책들을 깔끔히 정리한 게 성과다(사진은 식탁이 있는 쪽 벽면으로 역시나 온전하게 정리하지는 못하고 꽂아두기만 한 상태다).
한편으로 오늘도 200권 남짓한 책을 서고로 날랐는데 이런 일은 앞으로 주말과 휴일에 자주 반복하게 될 듯싶다. 한꺼번에 옮기는 것보다 비용과 수고를 더는 대신에 기간은 오래 걸린다. 그렇게 옮겨놓고 또 필요한 책을 다시 들고오는 일의 반복. 오늘 다시 들고온 책 가운데 하나는 지젝이 엮은 <코기토와 무의식>(인간사랑)이다. 지난여름에 나온 ‘무의식의 저널‘ 시리즈의 <나의 타자>(인간사랑)와 같이 읽어보려는 생각에. <코기토와 무의식>은 원서도 어딘가에 꽂혀 있을 텐데 찾아봐야겠다.
<나의 타자>의 부제는 ‘정체성의 환상과 역설‘이다. 서재와 서가는 서평가의 환상이 공연되는 무대이자 무의식의 공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서평가의 환상과 역설은 무엇인가. 가장 열렬하게 책을 사랑하는 축에 속하지만 매일같이 책에 짓눌리며 빠져 죽지 않을까 두려워 하는 처지라니! 모든 사랑이 봉착하게 되는 얄궂은 운명을 책에 대한 사랑도 여지없이 반복하는 것인가.
사랑의 역설이란 무엇인가. 당신 때문에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책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믿지만 너무 많은 책 때문에 미칠 지경인 사람을 서평가라고 불러도 좋겠다. 다시 태어나도 서평가의 길을 걷겠다는 말은 결코 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