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 책이사를 해야 한다고 적었는데 어제(금요일) 책장 15개를 새로 들여와서 대략 2천권을 꽂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식탁과 그 주변에 쌓여 있던 책들을 깔끔히 정리한 게 성과다(사진은 식탁이 있는 쪽 벽면으로 역시나 온전하게 정리하지는 못하고 꽂아두기만 한 상태다).

한편으로 오늘도 200권 남짓한 책을 서고로 날랐는데 이런 일은 앞으로 주말과 휴일에 자주 반복하게 될 듯싶다. 한꺼번에 옮기는 것보다 비용과 수고를 더는 대신에 기간은 오래 걸린다. 그렇게 옮겨놓고 또 필요한 책을 다시 들고오는 일의 반복. 오늘 다시 들고온 책 가운데 하나는 지젝이 엮은 <코기토와 무의식>(인간사랑)이다. 지난여름에 나온 ‘무의식의 저널‘ 시리즈의 <나의 타자>(인간사랑)와 같이 읽어보려는 생각에. <코기토와 무의식>은 원서도 어딘가에 꽂혀 있을 텐데 찾아봐야겠다.

<나의 타자>의 부제는 ‘정체성의 환상과 역설‘이다. 서재와 서가는 서평가의 환상이 공연되는 무대이자 무의식의 공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서평가의 환상과 역설은 무엇인가. 가장 열렬하게 책을 사랑하는 축에 속하지만 매일같이 책에 짓눌리며 빠져 죽지 않을까 두려워 하는 처지라니! 모든 사랑이 봉착하게 되는 얄궂은 운명을 책에 대한 사랑도 여지없이 반복하는 것인가.

사랑의 역설이란 무엇인가. 당신 때문에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책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믿지만 너무 많은 책 때문에 미칠 지경인 사람을 서평가라고 불러도 좋겠다. 다시 태어나도 서평가의 길을 걷겠다는 말은 결코 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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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09-02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연,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 어느 분이 그러셨어요.
살면서 자신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대상이 있냐고요.
저에겐 책이 그런 존재랍니다.
(독서활동에 다른 인간의 개입이
필요없어서 다행이라고 봄^^;)

서점나들이를 좋아하죠.
기획적으로 진열된 곳보다 뒷편이나
책장에서 숨은 보석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죠.
로쟈님 포스팅이 그런게 있어요.
요즈음 올라온 책더미를 열심히
봐요. 제가 아는 책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그래서 월 1회, 책장 하나 고르셔서
사진 좀 선명하게 올리시면
재밌을 거 같아요*^^*


로쟈 2018-09-02 12:54   좋아요 0 | URL
사진은 일부러 흐릿하게.~ 정돈이 되면 그렇게 해볼수도 있을텐데 수년이 걸릴 것 같아요.^^;

로제트50 2018-09-02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돈안된 채로요...
제가 원하는 건...
여러 권 책을 곳곳에 둔
우리생활처럼~

로쟈 2018-09-02 23:56   좋아요 1 | URL
네 가끔 올려볼게요.~

홍범희 2018-09-08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욕에 살다보니 한국책 (?) 보기가 정말 어렵네요.새책은 정가2배내고 주문해야되고 그나마 서점도 문을닫아 이제는 한군데만 남아있고..연초에 한국갔을때 50여권 챙겨왔는데 눈총깨나받았네요..부럽습니다...깨꿋하게 사진좀 볼수있나요? 카톡ID beom57
beom57@hotmail.com

로쟈 2018-09-09 11:04   좋아요 0 | URL
책장은 전체의 극히 일부이고, 아직 정리되지 않아서 공개는 못 하고요. 가끔 한칸씩 올려놓으려고 합니다. 반면교사 거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