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또 책나르기를 ‘한따까리‘ 하고 점심을 먹은 뒤 동네카페에서 한숨 돌리고 있다. 이번주 도배공사를 대비해서 아이방에 있는 책을 거실과 베란다로 옮겨놓는 일에 한 시간이 소요됐고 땀이 났다. 저녁에도 추가작업을 해야 한다. 방 공사가 끝나고 거실이 재정비될 때까지는 계속 어수선할 것 같다. 나머지 책이사도 내내 숙제가 될 테고.

머릿속이 복잡해서 가방에는 단출하게 책 몇권만 넣고 카페로 탈출해온 것인데, 그 중 하나는 크리스토퍼 헤이즈의 <똑똑함의 숭배>(갈라파고스)다. 미국의 능력주의(엘리트주의)를 해부하고 비판한 책이다. 책이 나왔을 때 첫장 정도 읽어두었는데 토마스 프랭크의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열린책들)에서의 언급을 보고 마저 읽고 리뷰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부록 서평이자 AS서평.

프랭크의 책 때문에 다시 구입한 건 제프 슈미트의 <이데올로기 청부업자들>(레디앙)이다. 주문한 원서의 배송이 계속 미뤄져서 독서도 지연되고 있는 책. 학자계급(전문가계급)의 배신을 다루고 있어서 번역서의 제목도 ‘전문가의 배신‘ 정도였으면 더 주목 받았겠다. ‘이데올로기‘란 말을 표지에 박는 것은 보통의 독자들에겐 읽어보지 말라는 주의와 다를 바 없다. ‘데인저‘ 같은. 여하튼 <똑똑함의 숭배>와 <이데올로기 청부업자들>까지 리뷰를 쓰는 게 스스로에게 부여한 과제인데, 책의 유효성이나 난이도를 확인하고 최종결정을 내리려 한다.

역할을 서평가에 한정하면, 서평가의 휴일은 이런 궁리와 독서로 채워진다.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 다른 할일도 무척 많다는 게 서평가의 애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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