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정작 읽어보지 못하고 있는 책이 있다. 나타샤 시네시오스의 <거울(Mirror)>(2001)이 그것인데, 제목에서 알 수 있지만 타르코프스키의 <거울>(1975)에 대한 '깊이 읽기'이자 '자세히 읽기'이다. 저자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시나리오 선집(Andrei Tarkovsky: The Screenplays)>(2003)의 공역자이기도 하다.

얼마전에 예고한 바 있는데, 오늘은 타르코프스키가 20년전에 세상을 떠난 날이다. <거울>을 들고 다닌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연말에 짬을 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아니, (물리적) 시간조차도 연말에는 더 빨리 내빼는 게 아닌가 싶다(부끄러워서?). 책은 문고본 판형의 120쪽 분량인데, 주된 내용은 <거울>의 제작과정과 작품에 대한 자세한 분석으로 돼 있다. 마지막 장은 이 영화의 수용에 관한 장이다. 아무려나 영화 <거울>에 대한 가장 상세한 안내서로서 손색이 없다.

이 책의 존재는 사실 몇 달전에 알게 되어 도서관에 구입신청을 했었고 이달 중순에 대출할 수 있었다. 같이 주문한 책이 댓권 되는데 모두 I. B. Tauris출판사에 내는 'KINOfiles Film Companions' 시리즈의 '러시아영화' 편에 들어 있는 책들이다(전체 시리즈의 책임자인 리처드 테일러 자신이 러시아영화 전문가이다). 현재까지는 10편의 영화를 다룬, 10권의 책이 출간돼 있다. 그 10편의 영화는 차례대로, <전함 포템킨>, <카메라를 든 사나이>, <위선의 태양>, <참회>, <침대와 소파>, <거울>, <학이 날다>, <리틀 베라>, <희생>, <폭군 이반> 등이다. 그러니까 에이젠슈테인과 타르코프스키의 영화가 각각 2편씩 목록에 포함돼 있다(<침대와 소파>만이 내가 처음 접하는 영화이다).  

이후에 한 문단을 더 적어내려갔는데, 알라딘의 서버가 다운되는 바람에 날아가버렸다. 어쩌겠는가. 한두 번이 아닌 것을. 여하튼 20주기를 맞이하여 경건하게 타르코프스키와 그의 영화들을 한번쯤 돌이켜보면 좋겠다는 것. 아래 사진은 <거울>에서 자신이 결정적인 실수를 한 줄 알고 인쇄소로 바쁘게 뛰어가는 젊은 시절의 어머니 촬영장면이다. 그러니까 영화에서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이게 된다(*자고 일어나니 이미지가 먹통이다. 영화의 시작 장면으로 바꿔놓는다. 남편을 기다리던 젊은 아내, 젊은 엄마의 뒷모습으로. **또 먹통이어서 다시 교체했다).  

 

타르코프스키는 어머니-시간의 뒤통수를 좇아가며 그것을 '봉인된 시간'(=영화) 안에 성공적으로 보존해놓았지만 극장 밖의 우리는 매번 놓치거나 헛걸음만 하게 된다. 시간은 언제나 발빠르게 우리를 앞질러 가기 때문이다. 타르코프스키에 대해 몇 자 적으려던 생각도 저만치 뒤처져 있다. 세밑의 시간은 왜 그리 걸음이 빠른 것인지(부끄러워서일까?). 이제 곧 과거가 되고 역사가 될 시간, 2006년에 작별을 고한다. 아듀, 아듀오스, 우리는 또 한 해를 살아냈다네!...

06. 12. 29-30.

 

 

 

 

P.S. 국내에서 읽어볼 수 있는 타르코프스키 책은 여전히 3권 그대로이다. '러시아 영화 시리즈'에 대한 기대는 한참을 더 미뤄야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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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30 0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유 2006-12-30 09:38   좋아요 0 | URL
저도 저 책을 읽고 싶네요. 저 시리즈들이 번역이라도 되어 나온다면 좋으련만..

로쟈 2006-12-30 12:18   좋아요 0 | URL
**님/ 100불이면 좀 쓰셨군요.^^ 전 국내에서 출시됐을 때 구입했는데.
수유님/ 누가 출간하겠다고 하면 제가 번역이라도 하고 싶은데요...

수유 2007-01-01 11:25   좋아요 0 | URL
정말 로쟈님이 번역하셨으면 좋겠네요. 출판사를 세울만한 역량이 된다면 참 좋겠는데 말이죠.^^;; 그런 꿈을 꾸어보아도 좋을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