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프랑켄슈타인 얘기를 며칠 전에 적을 때 같이 다루려던 내용인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초판본 얘기다(<젊은 베르터의 고뇌>로도 번역되지만 괴테학회의 공식 표기를 따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적는다). 알려진 대로 1774년 스물다섯 살의 괴테를 일약 유명작가로 만들어주었다는 작품이면서 지금은 세계문학 고전으로 읽힌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우리가 읽는 번역본이 초판이 아니라 괴테가 초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수용하여 1787년에 다시 펴낸 개정판이라는 점이다. 괴테의 나이 38세 때의 일로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서 서서히 고전주의자로 변모해가던 시점이다. 초판본이 ‘질풍노도‘의 문학정신을 대변했다면 괴테는 개정판에서 그에 대한 정밀교정을 수행한다. 그에 따라 나는 ‘두 명의 괴테‘가 탄생한다고도 말하고 싶다. 티나게 달라진 부분들도 있는데 베르테르에게 사랑의 교사 역을 담당하는 어느 집 하인(머슴)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이 하인의 등장으로 로테에 대한 베르테르의 사랑은 모방적 성격을 갖게 되기에 매우 중요한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개정판을 1774년판으로 알고 읽는다는 점이다(심지어 많은 전공자들도 두 판본의 차이를 사소하게 여긴다).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나온 거의 모든 번역본이 현재 정본으로 읽히는 이 1787년판을 대본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원전을 1774년판이라고 적는다. 내가 아는 유일한 예외가 보물창고판이다(한 강의에서 후사까지 하겠다고 수소문해서 알게 된 정보다). 역자가 후기에서 의도적으로 1774년판을 옮겼다고 밝힌다. 초판본 표지만 얹는다면 아마도 유일한 ‘초판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될 성싶다.

어떤 작품을 대충 읽거나 편의적으로 읽는 건 독자의 권리다. 그렇지만 사실과 맥락을 존중하며 읽는 것 역시 보장되어야 하는, 독자의 권리다. 현재의 세계문학전집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들은 그런 점에서 좀 무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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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8-1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작품 강의 듣고 초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
혹시나 예전에 초판 번역서가 있지 않을까해서 찾아봤었는데
2015년 번역이라니~
가을 강의 없을때 1787판본과 비교 해가며 읽어볼까 합니다

로쟈 2018-08-14 19:00   좋아요 0 | URL
저는 중요한 차이라고 보는데 쉽게 간과들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