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를 달려가던 바람이 기억나
바람은 누굴 보고 달려갔던 것인지
세찬 파도가 집어삼킬 듯 밀려오던 날
그럼 바람은 어느 방향으로 달려간 건지
그래도 달려나가던 바람 소리를 들었어
바람은 달려오기도 하고 달려가기도 하나
물어보면 바람의 변덕이라고 하겠지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바다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와 소나기를 뿌리고
바람은 어느 새 비바람으로 돌변했지
바람은 마음먹은 게 있다는 듯이 내달렸지
방파제의 콘크리트 바닥을 쿵쿵 울리며
어쩌면 기합소리도 냈는지 몰라
방파제 아닌 건 모두 다 날려버리려는 것처럼
바람은 방파제를 내달려가고
그런 바람이라면 나도 온몸으로 맞고 싶었지
비바람에 흠뻑 젖고 싶었지
방파제를 내달리는 바람이 되고 싶었지
여기가 세상의 끝이라고 해도
뒤도 안 돌아보고 내닫는 바람이 되고 싶었지
바람은 귀가 없어 듣지 못할까
바람은 바람의 미친 소리를 듣지 못하는구나
그런 바람소리를 들어주고 싶었지
방파제를 달려가는 바람에게 이유가 필요했을까
바람의 사생활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세상의 모든 방파제야
바람이 맨발로 뛰쳐나갈 방파제
내달리는 바람과 함께 몸을 던지고픈 방파제
바람의 발작이 느껴져
바람이 오고 있어
바람이 될 테야
방파제를 달려가는 바람
그래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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