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어 가자
여름밤 매미 소리도 잦아든다
잠시 쉬는 것도 같고
소리 죽여 우는 것도 같다
너도 열대야겠지
너도 잘못 산 일이 있겠지
너도 흘려버린 인연이 있겠지
소리 죽여 우는 소리는
알아들을 것 같다
나도 숨죽여 시를 쓴다
열대야가 아니면
언제 숨죽이며 땀을 흘릴까
네겐 이 여름이 마지막 계절인가
나도 이번 생이 마지막이야
우리는 다시 만날 일이 없지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인연
너는 쉬다가도 다시 울고
나는 물 한 잔 마시고 다시
숨죽여 시를 쓴다
어쩌면 네가 쓰고
내가 우는 건지도 모른다
너는 바짝 시를 쓰고
나는 숨죽여 운다
네가 울면 나는 쓰고
네가 쓰면 나는 운다
우리가 무얼 더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네게 내일이 남아있다면
하루치의 울음이 더 남아있다면
나도 힘을 아껴두어야지
너는 한껏 소리 죽여 울고
나는 또 숨죽여 시를 쓰고
여름밤 우리는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인연을 완성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