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의 새 번역본은 <솔라>(문학동네)다. 제목과 표지에 바로 눈길을 주게 되는 건 물론 폭염 때문이다. 게다가 ˝지구온난화 문제에 응답하는 이언 매큐언의 블랙유머˝라니! 발상과 문제의식 모두 무릎을 치게 한다. 원저는 2010년작.

˝매큐언은 오랫동안 기후변화를 소설로 다루고 싶었지만 각종 수치와 그래프로 가득한 까다로운 주제인데다 가치 판단의 문제가 결부되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2005년 환경단체 케이프 페어웰의 초청을 받아 여러 예술가, 과학자와 함께 지구온난화의 실체를 확인하러 북극해의 스발바르로 떠난 여행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그는 얼어붙은 피오르의 장엄한 풍경에 감탄하는 한편 나날이 심해져가는 공용 탈의실의 카오스에 충격받았다. 참가자들의 드높은 이상과 탈의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조차 질서를 유지하지 못하는 이들의 한심함의 괴리는 나약한 인간 본성의 완벽한 메타포였다. 마침내 그는 자기 삶도 추스르지 못하면서 온난화라는 대재앙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겠다는 야심에 사로잡힌 전무후무한 안티히어로를 탄생시켰다.˝

기후변화 문제를 소설이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가 될 것 같다. 줄리언 반스와 함께 동시대 영국 대표 작가로서 매큐언에 대해서는 내년쯤에 강의에서 다뤄보려고 한다. 소개된 작품이 많기 때문에 베스트5 이내로 추려야 하는데 일단 스펙트럼은 데뷔작 <첫사랑 마지막 의식>(1975)에서부터 <넛셀>(2016)까지 40여 년에 걸쳐 있다. 1948년생이니 올해 칠순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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