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사람 시인선‘의 세번째 시집으로 나온 송진권의 <거긴 그런 사람이 살았다고>를 펼쳤다가 ‘송홧가루 묻은 풍경‘에서 눈길이 멎었다. ‘화투시‘의 한 장면이다.

청단 홍단을 깨고
비약 풍약을 깨며
파투 난 화투 파투 난 인생을
착착 다시 손에 접어 치며
패를 돌리는 십 원짜리 민화투
다음 판엔 초단이라도 하겠다며
늙은이들 웃음소리도 송홧가루 묻어
뻐꾸기 울음소리에 뭉쳐들지요

시인선의 다른 시인들과 마찬가지로 송진권 시인도 내게는 낯선 이름이다. 하기야 새로 시집을 낸 젊은 시인들 대다수가 내게는 그렇다(짐작에 우리는 최다 시인 보유국이다). 이 대목에 눈길이 멎은 건 오래 전에 가방에 넣고 다녔던 시가 생각나서다. ˝숙아, 인생은 그날이 꽃과 같아˝라는 구절은 포함한 시인데, 제목도 시인도 기억날 듯하면서 기억나지 않는다(문지시인선의 목록을 보면 떠올릴지도). 벌써 20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그렇게 시들은 복사해서 가방에 넣고 다니고 때로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던 것 같다. 그게 나였던가, 적잖이 놀란다. 과거는 낯선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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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7-18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들을 복사해서 가방에 넣고 다니는
국문학과 다니는 오빠
아니고 노문학과 다니는 오빠야~셨구요.
미대 다니는 오빠와 문학과 다니는 오빠중에
누가 더 인기가 많을까요?ㅋ

로쟈 2018-07-18 23:45   좋아요 0 | URL
미대 다니는 오빠는 제가 모르는 사정이라..

모맘 2018-07-19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숙아, 는 찾으셨는지요?
궁금한 시네요

모맘 2018-07-19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한 선배의 시들을 타이핑했던 기억이 나네요 선배의 친구가 감수를 했다고 복사집 표지에 적어둔것도 아! 하고 떠오릅니다 한 부를 갖고있었는데 찾아봐야겠네요ㅋ

로쟈 2018-07-1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성호의 ‘고향집, 폐허‘라는 시예요.~

모맘 2018-07-19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모맘 2018-07-20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8 7월 함성호의 시집을 검색하다가
로자쌤이 서른여덟에 올린 1998스물들에게 쓴 서른의 글을
읽었어요(복잡하지만 아시죠?)ㅎㅎ 로자쌤의 글속에는 그보다 10년전인 1987년도도 있고요 대한민국 땅 이곳저곳에서
살아야할 이유를 찾고 있었던 스물들을 떠올려봤습니다 참 따뜻한(?) 글이었습니다 1987
1998 2018 뭔가 있어보이네요ㅋ

로쟈 2018-07-20 17:57   좋아요 0 | URL
네 조교할때 쓴게 벌써 20년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