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사람 시인선‘의 세번째 시집으로 나온 송진권의 <거긴 그런 사람이 살았다고>를 펼쳤다가 ‘송홧가루 묻은 풍경‘에서 눈길이 멎었다. ‘화투시‘의 한 장면이다.
청단 홍단을 깨고
비약 풍약을 깨며
파투 난 화투 파투 난 인생을
착착 다시 손에 접어 치며
패를 돌리는 십 원짜리 민화투
다음 판엔 초단이라도 하겠다며
늙은이들 웃음소리도 송홧가루 묻어
뻐꾸기 울음소리에 뭉쳐들지요
시인선의 다른 시인들과 마찬가지로 송진권 시인도 내게는 낯선 이름이다. 하기야 새로 시집을 낸 젊은 시인들 대다수가 내게는 그렇다(짐작에 우리는 최다 시인 보유국이다). 이 대목에 눈길이 멎은 건 오래 전에 가방에 넣고 다녔던 시가 생각나서다. ˝숙아, 인생은 그날이 꽃과 같아˝라는 구절은 포함한 시인데, 제목도 시인도 기억날 듯하면서 기억나지 않는다(문지시인선의 목록을 보면 떠올릴지도). 벌써 20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그렇게 시들은 복사해서 가방에 넣고 다니고 때로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던 것 같다. 그게 나였던가, 적잖이 놀란다. 과거는 낯선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