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서재일을 쉬었다. 여름휴가를 다녀왔다고 하면 딱 좋겠지만, 정확하게는 서재일을 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바쁘고 피로해서였다. 진짜 휴가는 다만 며칠이라도 따로 다녀올 생각이다(다녀온다고 적으니 우습다. 서재일을 그냥 쉬겠다는 얘기다. 정말로 쉬면서!). 밀린 서재일의 하나로 이번주 주간경향(1284호)에 실은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의 <모두 거짓말을 한다>(더퀘스트)를 읽고 적었다. 빅데이터 심리학이라는 분야의 예고편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본편으로는 미흡하게 여겨졌다는 뜻이다).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앞선 나왔던 책으로는 에레즈 에이든 등이 쓴 <빅데이터 인문학>(사계절)에 이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번주에 나온 책으로는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 등이 쓴 <데이터 자본주의>(21세기북스)도 빅데이터 관련서로 읽어봄직하다(적고 보니 읽어봐야겠군)... 



주간경향(0718. . 09) ‘구글 트렌드’로 본 빅데이터 심리학


책 제목만으로는 심리학책을 연상하기 쉽다. 틀린 건 아니다. 다만 무엇을 통해서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보는가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저자는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인터넷 데이터 전문가로 특정 검색어의 추세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가 이 심리를 보여주는 새로운 수단이라는 걸 발견한다. 이른바 빅데이터 심리학의 문을 연 것이다. 과연 빅데이터는 우리의 마음에 대해서 무엇을 말해줄 수 있는가.

데이터 과학자로서는 당연한 믿음이겠지만 저자는 디지털 시대에 증폭되고 있는 새로운 데이터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대폭 확장시켜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거대한 데이터세트를 잘 활용하면 예기치 않은 발견과 중요한 식견을 얻을 수 있는데, 이때 아주 요긴한 자료가 되는 것이 구글 검색이다. 사람들이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를 통해서 사람들의 욕망과 무의식을 읽을 수 있다. 

구글 검색이 갖는 강점은 데이터의 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솔직함에 있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자기 모습을 더 낫게 보이려고 친구에게, 설문조사에, 심지어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한다. 공식적인 설문조사로 얻은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가령 소셜미디어의 포스팅에서 묘사되는 남편의 모습은 ‘최고’, ‘너무 귀여운’ 등으로 수식된다. 그렇지만 많은 여성들이 ‘남편’과 함께 검색하는 단어는 ‘얼간이’, ‘짜증 나는’ 등이다. 무엇이 더 신뢰한 만한 남편관일까. 

이러한 솔직함을 강점으로 갖고 있기에 저자는 구글 검색이 인간을 알아내기 위한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고 확신한다. 이 빅데이터의 힘은 트럼프가 당선된 미국 대선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여론조사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앞서 가고 있을 때 인터넷에서는 트럼프의 선전이 예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클린턴의 승리가 예상되던 중서부의 주요 주에서 ‘트럼프 클린턴’이 ‘클린턴 트럼프’보다 많이 검색된다는 사실이 징후였다. 그리고 실제 선거에서 트럼프는 여론조사에서보다 훨씬 많은 득표를 했다. 

구글 검색은 트럼프의 지지 배경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트럼프는 미국 남부는 물론이고 북동부와 중서부에서도 선전했으며 서부에서만 고전했다. 트럼프 지지율이 높은 지역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빅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우 인종차별적 검색률이 높은 지역이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높았던 지역은 ‘깜둥이’라는 구글 검색이 가장 많았던 지역과 겹친다. 이것은 앞으로 우리가 빅데이터로부터 얼마나 많은 새로운 인식을 얻을 수 있을지 시사해준다.

구글 검색은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고 빅데이터 심리학도 마찬가지다. ‘빅데이터 인문학’이나 ‘빅데이터 심리학’이라는 말조차도 일종의 신조어로 아직까지 널리 쓰이는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데이터 과학의 전망은 매우 밝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차세대 푸코나 차세대 마르크스는 데이터 과학자일 것이라고 장담한다. 저자의 장담에 걸맞은 성과가 언제쯤 가능하게 될지 궁금하다.

18. 07.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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