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혁명에 대한 전통적 해석을 대표하는 알베르 소불의 <프랑스혁명사>(교양인)가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애초에는 두권짜리 <프랑스대혁명사>(두레, 1984)로 나왔던 책이니 34년만에 나온 개정판이다. 번역자 최갑수 교수는 그 사이에 20대 대학원생에서 정년을 앞둔 나이가 되었다.

‘전통적 해석‘이라고 한 것은 그에 맞서는 수정주의적 해석의 강력한 도전을 받았기 때문이다. 수정주의 해석의 대표자가 프랑수아 퓌레로 국내에도 그의 책이 번역됐었다. 이념적으로 대비하자면 프랑스혁명을 부르주아혁명으로 이해하는 소불의 해석이 마르크스주의에 근거한다면 이에 반대하는 퓌레는 자유주의적(부르주아적) 입장에 서 있다.

두 입장의 ‘끝장토론‘이 프랑스에서 전개되었는지,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역자후기의 제목이 ‘왜 여전히 소불을 읽어야 하는가‘인 것으로 보아 전통적 해석이 여전히 수세 국면인 것도 같다. 하지만 역자와 마찬가지로 나는 소불의 견해(프랑스혁명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입장)에 동조한다. 프랑스문학 강의에서도(그리고 뒤이은 러시아혁명에 대해서도) 그런 입장을 취한다.

프랑스혁명사 관련서는 러시아혁명사와 마찬가지로 최대한 구해놓고는 있는데 이 주제 역시 ‘어디까지 읽어야 할지‘ 고심하게 한다. 막연히 남은 여생을 생각하면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독서는 ‘이주의 독서‘나 ‘이달의 독서‘가 되지 않으면 물 건너 간 독서다. 아주 오랜만에 나온 <프랑스혁명사>의 묵직한 개정판을 반가워하면서도 환한 표정을 짓지 못하는 이유다. 인간의 진화가 독서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한번 더 확인한다. 그래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가련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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