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전집 일차분 세권이 나온다. 전집 전체의 규모와 완간 일정은 모르겠으나 철학출판의 한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다. 이제까지 철학전집은 니체전집(책세상) 정도가 거의 유일하고 플라톤전집(이제이북스)이 계속 간행중인 상태다.

전집은 아니라도 3대비판서를 포함해 칸트의 주요 저작은 번역돼 있다. 1세대 학자로 최재희 판이 있었다면 현재는 2세대 학자 백종현 판으로 대부분 물갈이된 상태다. 이번 한길사판은 한국칸트학회판 공동번역본인데 백종현 판과 어떤 차이를 갖는지, 어떤 차별적 의의가 있는지는 실물을 봐야 알겠다.

일반적으로 철학전집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의의를 가질 수 있다. 전공자가 학술논문에서 원전을 대신하여 인용할 수 있는가(최소한 번역문을 갖다쓸 수 있는가). 그리고 일반독자가 읽고 이해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요건을 만족시킨다면 최상의 번역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한데 일반적인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가령 <니체, 철학적 정치를 말하다>(책세상)에서 니체전집 편집위원이기도 했던 백승영 교수는 한국어판 전집에서 단 한줄도 인용하지 않는다. 번역판은 전공자가 읽을 책은 아니라는 판단을 읽을 수 있다(그런 것이 소위 전공자들의 일반적인 태도인지). 이런 경우 번역본 전집이 갖는 의의는 반감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전공자들만 읽는 전집도 반쪽 전집이기에.

이번에 나오는 칸트전집이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가라타니 고진의 책에서 인용되고 있는, 하지만 한국어판으로는 읽을 수 없던 일부 칸트 저작을 전집을 통해서 접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는다. 주요 저작 이외의 목록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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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21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께서 보시고 일반독자가 넘볼수 있는 책인지아닌지
가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인생 아니 독서를 날로 먹겠다는 심보?
그래도 읽는건 나의 몫ㅎㅎ

로쟈 2018-05-21 22:19   좋아요 0 | URL
네, 책은 내달에 나오니 아직 여유는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