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
언젠가 그렇게 쓰고 싶지
그건 시의 한 경지
허구한 날이 싫었던 날이어도
오늘은 특별히 싫었던 날이자
싫었던 날의 으뜸이어야지
오늘 아래 모든 날들이 무릎 꿇는 날
그날은 완벽한 날이어야지
아침부터 꼬이기 시작해서
포인트를 쌓기 시작해서
점심에 이미 기록을 갱신하고
저녁이 오기 전에 모든 정나미가 떨어져야지
그날은 기운나는 소식도 없어야 해
아니 혼자만 불행한 게 더 효과적일까
그날은 밧줄에 목을 매다는 일도 여의치 않아야지
성공이란 건 없어야지 되는 일이 없어야 돼
완벽하게 모든 일이 잘못 돼야지
그리고 비로소 쓰는 거지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
그런데 그 시는 완성될 수 있는 걸까
완성되어도 되는 걸까
완벽하게 싫었던 날을 시가 구제해도 되는 걸까
시가 망쳐도 되는 걸까
그럼 나는 한 줄 더 적어야 할 테지
오늘처럼 시가 싫었던 날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