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가 된 청소부보다 늘
청소부가 된 성자가 되고 싶었지
까지는 아니어도 더
감동적이라고 느꼈지 요즘은
환경미화원이 된 성자라고 불러야 할까
예전엔 쓰레기 치우는 성자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태울 때마다
대견하게 느껴졌어
고등학교 때 우리반은 소각장 당번반
소각장 쓰레기를 태우고 재를 퍼 날랐어
어디로? 자세한 건 묻지 말고
여하튼 날랐어 그리고
묻었어
(그럼 뭘 하겠어?)
자원하진 않았어
다들 겸손해서 성자를 자처하진 않아
성자 콤플렉스란 말을 어디선가 들었지만
아는 체하지 않았어
우리는 그냥 청소 당번
성자도 당번제야
아무나 할 수 없어도
닥치면 해야 해
네댓 명이 리어카를 몰았어
빗자루와 삽을 들었어
화장실 똥을 푸는 건 우리 일이 아니어서
우리는 소각장으로 가
아직도 냄새가 나는군
옷에 배도 할 수 없지
그렇지만 대견하게 느껴지는군
나도 한때 소각장 당번이었다는 거
청소부였다는 거
쓰레기 좀 태워봤다는 거
내가 성자라는 얘기는 아니야
기분 좀 냈다는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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