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아니 그제부터 눈이
가려운 걸 보니 안과에 갈 때인가 보다
안과와 친한 것인가 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들르곤 한다 자주는 아니다 같은
안과도 아니다 세상 모든 안과에
들른 건 아니어도 여러 안과에 들렀다
여러 안과와 친한 것인가
친하지 않아도 가려우면 가게 된다
다른 곳이 아니라 눈이 가려우면
절실하게 가고 싶다 가게 된다
심하지 않다고 안약 처방받으면
한 계절이 지나간다
눈이 피로해서 그런 겁니다
라고 하면 직업병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눈을 쓰는 직업인가 혹은
눈을 혹사하는 직업?
읽고쓰는 게 일인데 요즘은
시도 쓴다니 다시 안과에 갈 수밖에
그래도 별일없다
별일은 예전에 있었지
딱 한번 갔던 신림동의 한 안과
주택은행 건너편 안과 의사는
꽤 미인이었지 들어서면서 그런 생각하는데
중년아저씨가 쑥쓰럽게 던진 말
˝아름다우십니다!˝
다른 환자는 나밖에 없는데
의사도 쑥쓰러워 하고
(처음은 아니라는 표정이었나)
나는 먼산을 바라보는 표정으로
웃음을 참았네 다시
가보지 못한 안과지만 생각나는 안과
멋쩍어서라도 가보지 못한 안과
친해서 가는 게 아니라네
친하지 않아도 가게 된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