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강의자료를 준비하다가 휴식하면서 손에 든 책은 월간 시인동네(2018/05)다. 신형철의 단상으로 ‘비평의 순간‘이 수록돼 있고, 이규리 시인 특집. 그리고 광고로 제1회 시인동네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뒷표지에 실렸다. 이원의 <사랑은 탄생하라>(문학과지성사)가 수상작.
그런데 제일 먼저 읽은 건 김인숙의 연재 ‘하이쿠 제대로 읽기‘다(나중에 책으로 묶일 만하다). 이전 글을 읽어본 건 아닌데 재밌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딘서가 본 듯한 하이쿠로,
오월 궂은 비
넓은 바다 알게 된
우물 개구리
같은 것도 있지만 음담패설 하이쿠도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수위조절상 두 편만 소개하고 있는데 한권으로 나와도 좋겠다. 대중적 하이쿠를 18세기의 편찬자 이름을 따서 ‘센류‘라고 부른다는데 이런 종류다.
지 애비랑은/ 안 닮았다는 걸
안 건 엄마뿐
남편 따위는/ 엉덩이로 뭉개고
배 위엔 딴 남자
여성들 사이에서 읽히고 인기를 끌었을 것 같다. 하이쿠의 대표 시인 마쓰오 바쇼가 이런 저속한 하이쿠를 일소하고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었을까 싶다. 저속 하이쿠도 나름 매력적으로 보여서다(우리의 사설시조도 음담패설류가 있던가). 잠시 웃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