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두고 ‘올드보이‘ 후보들이 등장한다고 조롱을 사고 있는데 미국의 대표지성으로서 하워드 진과 노엄 촘스키는 내게 좋은 의미에서의 ‘올드보이‘다(공식적으로는 ‘미국의 양심‘으로 불린다). 경륜에서 나오는 지혜와 전혀 늙지 않는 비판정신의 대표격이기에. 비록 하워드 진은 2010년에 타계했지만 저자로서는 건재하다. 지난주에도 그의 신간이 나왔으니!

<역사의 정치학>(마인드큐브)은 1970년에 나온 책이니 오래된 책이긴 하다. 하지만 젊은 역사학자 하워드 진과 만나게 해준다(1922년생이므로 나보다 젊은 나이의 하워드 진이다!). 그는 바로 10년 뒤에 대표작 <미국민중사>를 써내게 될 것이다. <역사의 정치학>을 <미국민중사>의 청사진으로 읽을 수 있는 셈.

˝<역사의 정치학>은 하워드 진의 역사학자로서 면모와 참여적 지식인으로서 면모 모두를 보여준다. 책에 인용된 칼 포퍼의 말처럼, 역사에는 의미가 없지만, 역사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역사적 사건과 시대적 흐름에 대해 역사학자 하워드 진이 부여한 가장 큰 의미는 바로 휴머니즘이다. 그가 기록한 역사란 힘 있는 사람이 자신의 입맛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이 세계의 권력이 힘없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잔인하고 냉혹하며 비정했는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적어놓은 증언에 가깝다. 동시에 그는 가혹한 역사에 맞서 싸운 사람들의 연대와 실천이 인류 역사에 얼마나 중대한 변화를 이루어냈는지 잊지 않고 보여준다.˝

한편 촘스키의 책은 <불평등의 이유>(이데아)와 <파멸전야>가 한꺼번에 나왔다.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10가지 원리‘가 부제로 원제는 ‘아메리칸 드림의 진혼곡‘이다. ˝책의 제목이 말하듯이 인류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풍요로우며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그리고 그 현실을 상징하던 ‘아메리칸 드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뿐만 아니라 세계는 이미 충분히 불평등하다.˝

불평등이라는 화두는 이미 적잖은 지식인과 학자들이 문제삼고 있다. 자본과 탐욕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파국과 파멸을 가시화하고 있어서다. 촘스키의 또다른 최근작 <파멸전야>(세종서적)는 ‘누가 세계를 지배하는가‘가 원제다.

˝‘누가 세상을 지배하는가?‘ 미국은 이 질문에 ‘미국‘이라는 단 하나의 답이 존재한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촘스키는 사람들이 미국의 실체에 눈 뜨고, 전 세계 대중이 미국의 잔악함을 비판하는 행동에 나선다면 진정한 ‘인류의 주인‘은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한 변화가 전세계적인 규모에서 가능할까. 트럼프의 집권 기간과 그 이후가 미국사에서도 그렇고 세계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같다. 우리의 경우는 멀리갈 것도 없다. 문재인 정부의 성패가 변화의 시금석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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