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남자가 한 방을 쓰며 한 침대에서 살을 맞대고 잔다. 한 변기를 쓰고 한 식탁에서 밥을 먹고 사는 동안 여자는 1년 이내에 고유한 것 스물세 가지를 잃는다. 결혼을 기점으로 처녀 시절과 달라지는 것인데..

(중략)

여자가 잃어버린 스물세 개의 목록을 적은 적이 있다. 나비 날갯짓 같은 부드러움, 모란의 우아함, 봄비의 고요함, 치즈처럼 녹으며 존재의 안쪽으로 스미는 미소, 친밀하고 다정한 포용력, 뱀 같은 날카로운 주의력, 자기 인식에의 욕구, 지식에 대한 예의, 가을 명태와 같은 투명한 슬픔.... 그것들이 사라진 뒤 여자는 부끄러움을 잃고 파렴치하고 뻣뻣해진다. 어찌 여자만 변하겠는가! (p134~135)





어찌 여자만 변하겠는가! 라고 보호막-_-을 치긴 했지만 별로 위안이 안 된다. 위안은 커녕 뒤에 이어지는 문장에선 전 재산을 넘기겠다는 제안에 비로소 아내가 흔쾌히-_- 받아들여 이혼 합의에 이르렀다며, 그에 안도감을 느꼈다고 조용히 조롱(내가 느끼기에)하기까지ㅠㅠ;;;

그간 장석주 작가 책들을 읽고 이 분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무, 무섭다-_-;;;;

저기.. 박연준 작가님과 재혼하셨잖습니까. 무서운 와중에, 지금의 아내분에 대해서도 여전히 같은 생각이신가 궁금하네요. 1년 이내에 고유한 스물세 가지를 잃고 파렴치해진다니. 헐-_-;;;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5-26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6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6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6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8-05-31 16:46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답글 늦어서 죄송합니다ㅜㅜ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ㅠㅠ 이 분 왜 이러시나 했답니다ㅠㅠ

2018-05-26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8-05-31 16:48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ㅜㅜ 그러게 말입니다. 내가 눈이 잘못되었나 뭐 잘못 읽은 건가 했다니까요ㅜㅜ 잃어버린 스물세개.. 같은 소리 하시네 했어요. 슬퍼짐ㅠㅠ